[단독] 해병대 1사단, '안전로프 필요' 건의도 묵살했다

윤동빈 기자 | 2023.08.08 21:28

"해병대 셔츠 잘 보이게 잠수복 지퍼 내려라" 지시
[앵커]
지난달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죠. 해병대는 자체 수사단을 꾸려 진상조사를 벌여왔는데, 수사 기록 내용 일부를 취재했습니다. 안전 로프가 필요하다는 현장 의견은 묵살하면서, 해병대의 빨간 옷이 잘 보이게 잠수복의 지퍼는 내리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동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실종자 수색중 숨진 경북 예천군의 내성천은 물살이 세고 바닥 모래층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도 있어 현지 주민들도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김종극 / 예천군 미호1리 이장
"이번 비가 물이 워낙 많이 와서 유속도 빨라가지고, (강바닥 모래가) 한 2~3m 깎여 내려갔어요. 물이 흐른 쪽은."

당시 현장을 지휘하던 대대장이 "장병들이 허리춤 깊이까지 물에 들어가려면 안전로프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해병 1사단 지휘부는 이를 묵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물 속에서 위험한 장화 대신 군화를 신게 하자"는 현장 건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채 상병 사망사건 조사 기록엔 "임성근 해병1사단장이 '해병대 티셔츠가 잘 보이게 복장 통일'을 강조했다"는 증언과 한 여단장이 "검은색 잠수복을 입을 땐 붉은 해병대 셔츠와 글씨가 잘 보이도록 지퍼를 내리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지퍼를 내리고 잠수할 경우 잠수복이 물살에 부풀려지면서 급류에 휩쓸릴 위험이 큽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을 비롯한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 결과를 경찰에 넘기려 했는데, 국방부는 "법리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사건 이첩을 중단시킨 상태입니다.

TV조선 윤동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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