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는 바사박물관이 있습니다. 탁 트인 내부를 400년 전 만들었던 거대한 전함이 채우고 있습니다. 길이 69미터, 높이 53미터의 바사호는 출항하자마자 가라앉았습니다. 무거운 대포를 너무 많이 실었던 탓입니다.
300년 넘게 잊혔던 바사호를 세상으로 건져올린 건 아마추어 고고학자의 호기심이었습니다. 10년 탐사 끝에 침몰 지점을 찾아내고 정부를 설득해 인양에 성공합니다. 27년 보존 처리를 거친 바사호는 98%가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간 3천만 관람객은 웅장한 선체, 화려한 장식에 압도됐습니다. 바사호 덕분에 스웨덴은 옛 해양강국의 위세를 뽐냅니다. 17세기 망신거리를 21세기의 영광으로 살려냈습니다.
스웨덴은 1994년 여객선 에스토니아호 침몰 때도 인양을 시도했습니다. 승객 칠백쉰일곱명이 배와 함께 가라앉았지만 석 달 만에 포기합니다. 선체에 콘크리트를 부어 시신 유실을 막고 '영원한 안식처'로 선포합니다.
거기 비하면 세월호 인양은 대단합니다. 바사호보다는 덜해도 세계 선박인양 역사에 남을 일입니다. 나라와 국민이 세월호에 기울인 관심과 노력도 평가받을 만합니다. 세월호 침몰과 구조 경위는 합동수사본부가 밝혔습니다. 관련 책임자 재판도 끝났습니다.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 1년 반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인양한 세월호를 선체조사위원회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틀째에 세월호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부분들이 다시 제대로 조사되고 진실규명되게끔 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고요."
협치가 절실하다는 집권 벽두부터 제2특조위를 놓고 힘겨루기가 벌어질 공산이 큽니다.
세월호 3년 동안 괴담도 많았고, 본질을 벗어난 논란도 많았습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얼마 전 말했습니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그런 노력이 여야를 불문하고 진행돼 온 역사가 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말했습니다.
"슬프고 분해도 과거는 과거로 묻고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 날이면 날마다 과거로 새 날을 더럽힐 순 없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습니다. 물론, 의혹의 근거가 있고, 뭔가 미진하다면 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올때까지 조사하겠다는 뜻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일단 선체조사위원회 조사결과부터 기다려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합니다.
앵커칼럼 '세월호의 끝'이었습니다.
정치뉴스9
[윤정호 앵커칼럼] 세월호의 끝
등록 2017.05.12 20:21
수정 2017.05.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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