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배달의 눈물

등록 2020.10.27 21:51

수정 2020.10.27 22:01

"당신이 찾는 게 이 피자인가요?"

백발의 피자 배달원에게 부부가 팁을 건넵니다. 만2천달러, 천4백만원짜리 수표입니다.

"고맙다는 말 말고는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네요" 

이 여든아홉 살 미국 할아버지는 사회보장 연금만으로는 집세도 내기 어려워 피자 배달에 나섰습니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단골 부부가 팁 1달러씩을 모아주자고 SNS에 제안했고, 지난달 5만 명이 십시일반, 거금을 마련한 겁니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공동체라는 말이 실감나는 일화입니다.

코로나로 배달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난 봄에 이어, 우리 주변에서 택배기사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습니다. 현관에 편지와 간식, 음료수를 내놓는 것 말고도 이번엔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두드러집니다. '조금 천천히 오셔도 괜찮다'거나 '당일 배송 요구를 자제하자'는 캠페인이 SNS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택배기사와 분류 직원 네 명이 숨지자, 안타까운 마음에 시민들이 나선 겁니다.

택배사들도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진택배는 업계 처음으로 밤 열 시 이후 심야 배송을 전면 중단하고 분류작업에 천명을 더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소속 기사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2주 만입니다. 그 서른여섯 살 택배기사는 새벽 네 시 반까지 배송을 하고 집으로 가면서 동료에게 "저 너무 힘들어요"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오늘 4백스무 개 들고나와 다 처리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집에 가면 밥 먹고 씻고, 한숨 못 자고 나와 또 물건 정리해야 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런 짐을 지워놓고 무사하기를 바랐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겁니다. 이런 현장을 우리 사회, 우리 정부와 정치는, 코로나 시대에 그저 당연한 일로 여겼던 것은 아닐까요. 

'로켓 배송'이니 '새벽 배송', '샛별 배송'이니 하는 광고 문구는 소비자만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편리한 문명의 상징인 양 우쭐거립니다. 하지만 택배는, 우리 공동체를 움직이는 한 축이자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입니다. 그 그늘을 걷어내는 일은 모두의 몫입니다.

10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배달의 눈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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