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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유해물질 노출-자녀 질병 '인과성' 첫 인정

등록 2024.07.05 16:33

수정 2024.07.05 16:34

산재는 '아빠'라서 불승인

아버지가 작업 중 유해물질에 노출된 후 태어난 자녀의 선천적 질환은 아버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이 나왔다.

5일 근로복지공단·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에 따르면, 최근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의 산재 신청 2년 만에 "자녀의 상병 '차지(CHARGE) 증후군'은 근로자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의 업무와 자녀 질병 간 관련성을 인정했다.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의 업무와 태아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는 A씨 아들의 경우, 난자 수정 이전에 정자 중 하나가 유전자적으로 문제가 생겨 선천성 질병이 발생했고, 태아 발생 과정 중에 나타난 것은 아니므로 '부계 쪽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A씨는 2004~2011년 삼성전자 LCD사업부(현 삼성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유지·보수 엔지니어로 근무했는데, 2008년 태어난 자녀가 3년 뒤 선천성 희귀질환을 진단받았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업무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고 2021년 아버지로선 처음으로 '태아 산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A씨에 대한 '태아 산재'는 최종적으로 '불승인' 결정이 나와 인정받지 못했다. A씨가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 '남성'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태아산재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임신 중 근로자가 유해환경에 노출돼 발생하는 태아의 장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지만, '임신 중 근로자'가 아닌 남성 근로자 자녀 질병에 대한 산재 승인 근거는 아직 없어 법 적용을 못 받은 것이다.

반올림 측은 "노동자 본인의 산재, 어머니 태아 산재, 아버지 태아 산재는 모두 업무로 인해 건강을 잃었다는 본질에서는 다른 점이 없는데도 산재보험법은 아버지 태아 산재만 배제하고 차별하고 있다"며 22대 국회에 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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