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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한자루 구해줄수 있소"…러 파견 北 노동자의 참상

등록 2024.07.05 17:42

수정 2024.07.05 17:50

'총 한자루 구해줄수 있소'…러 파견 北 노동자의 참상

러시아 연해주에서 만난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의 손 /강동완 교수

"총 한 자루 구해줄 수 있소?"

고목처럼 갈라진 손으로 한국인 교수의 손을 꼭 잡은 북한노동자가 말을 이어갔다.

"직장장을 쏴 죽이고 싶습니다."

북한 접경지역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강동완 동아대 교수의 신간 'Life in the Prison State(감옥 국가에서의 삶)'에 담긴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북한인권, 사진으로 외치다'의 영문판으로, 지난달 29일 출간됐다.
 

 

'총 한자루 구해줄수 있소'…러 파견 北 노동자의 참상
건설현장에 마련된 북한 노동자의 숙소 /강동완 교수


강 교수는 지난 2019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만난 북한 해외파견 건설 노동자가 자신에게 "총을 구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며 해당 일화를 소개했다.

북한 노동자는 러시아에서 몇년 동안 일했지만, 그가 손에 쥔 건 단 돈 몇 달러에 불과했다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Life in the Prison State(감옥 국가에서의 삶)』책에는 이같은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북한 신의주와 접경 지역인 단둥에서부터 중국 훈춘까지 1400km를 돌아다니며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린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렌즈에 담았다.
 

 

'총 한자루 구해줄수 있소'…러 파견 北 노동자의 참상
안전 장비 없이 그라인더를 다루는 북한 노동자 /강동완 교수


저자가 책에서 고발한 북한 노동자의 숙소는 충격적이었다.

노동자의 침대는 매트리스 대신 스티로폼 한 장이 대신했다.

추운 러시아 연해주의 날씨가 무색하게 노동자는 각종 건설자재가 널브러져 있는 건설현장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새우잠을 청해야 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안전모와 펜스같은 안전 장비 하나도 없이 고층의 건설현장에 올라 노예 같은 노동에 내몰려야 했다.

강동완 교수는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총 한자루 구해줄수 있소'…러 파견 北 노동자의 참상
안전 장비 하나 없이 고층 건물에서 공사 중이다 /강동완 교수


통일부는 지난달 27일 발간된 2024년 북한인권보고서에서 러시아 파견 노동자의 실태를 고발했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은 휴일 없이 매일 장시간 근무하고 임금의 최대 90%를 '국가계획분'과 경비 명목으로 상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최대 20시간까지 일하던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은 국가 납부와 '회사운영비'로 수백달러로 상납하고 나면 매달 손에 쥐는 돈은 50~150달러에 불과했다.

 

'총 한자루 구해줄수 있소'…러 파견 北 노동자의 참상
강동완 동아대 교수의 신간 『Life in the Prison State(감옥 국가에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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