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TV조선 <뉴스9>에서는 <[단독] 계엄 직전 '상황관리 TF' 준비 정황…"영남 출신 육사 장군 물색">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계엄 직전인 2일과 3일 예비역 소장인 A씨가 국방부 내 TF를 꾸린다며, "영남 태생의 육사 출신 소장을 추천받고 다녔다"는 내용입니다.
(기사 링크:https://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2/09/2024120990309.html)
기사에서는 A씨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측근으로 정보사령부 사령관과 청와대 군사관리관을 지냈다'고 익명으로 묘사됐는데, 이 인물이 구속된 노상원 전 소장입니다.
노 전 소장의 실명은 TV조선 보도 닷새 뒤인 14일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단이 "계엄령 포고문을 작성한 사람"으로 지목하며 처음 공개됐습니다.
이어 15일 경찰에 체포됐고, 계엄 이틀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현역 사령관 등과 계엄을 논의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내란의 주요 가담자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김용현 취임 후 "인사 문제 내게 얘기하라"던 노상원, 의혹 묻자 "기자냐, 보이스피싱이냐"
노 전 소장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건 지난 7일, 한 소식통은 기자에게도 노 전 소장의 이름을 꺼내며 "계엄 준비 상황의 전말을 알고 싶으면 노상원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알려줬습니다.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노 전 소장이 실제로 김 전 장관 취임 이후 "인사 문제가 있으면 얘기하라"는 등 관계를 과시했고, 계엄 직전에도 "TF를 꾸려야한다"며 장성들을 추천받고 다녔다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노 전 소장이 내건 조건은 ①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을 것 ②소장 (육사 50~53기) ③고향이 영남 출신일 것 등 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특이했습니다.
기밀 업무를 맡기려면 정권 성향과 잘 맞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를 출신 지역을 통해 파악하려던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작, 노 전 소장 본인은 대전 출신입니다.)
하지만 노 전 소장은 보도 전 해당 의혹을 묻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계엄 선포를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과의 관계에는 "20여 년 전 함께 근무했을 뿐이고,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본인은 모두 부인했기 때문에 첫 통화는 짧을 수 밖에 없었고, 노 전 소장이 등장했던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제보 내용이 사실인지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취재 중 여러 채널에서 노 전 소장의 이름이 계속 나와, 두번째 통화를 하게 됐고, 노 전 소장은 "누가 그런 말을 해줬냐, 대질하자, 이름을 대라"며 취재원을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노 전 소장은 이후 "당신이 기자인지 보이스피싱인지 어떻게 아냐, 내가 왜 얘기를 해야하냐"고 따졌습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이후 노 전 소장은 기자에게 기사 내용에 대한 항의 등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관상 본다"는 노상원, 전역 후엔 명리학 심취
육사 41기 졸업생인 노 전 소장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군사관리관을 지내고, 이후 정보사령관과 육군정보학교장 등을 지냈습니다.
정보병과에서 고위직까지 오른 셈이지만, 동기나 기수가 가까운 선후배 중에 노상원 전 소장을 안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는데, 취재 도중 노 전 소장이 중령 즈음 이름을 바꿨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청와대 파견 근무 전까지 노 전 소장은 주로 보병부대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흥렬 당시 경호처장과 청와대에서 연을 맺게 된 이후, 정보사령관, 777사령부 지휘관, 정보사령관 등 승승장구하던 노 전 소장은 2018년 후배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불명예 제대하게 됩니다.
현재 보도되고 있는 노 전 소장의 사진은 현역 시절, 최소 7년 전 사진입니다.
최근 노 전 소장을 본 인사들은 "도사 같다"고 입을 모읍니다. 전역 이후 명리학에 심취해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노 전 소장은 현역 시절에도 후임들에게 "나는 얼굴만 봐도 다 안다'며 관상을 볼 수 있다고 말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 알고 있으니 사실대로 말해라'는 등의 협박 아닌 협박으로 필요한 정보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또 이렇게 취한 정보로 보고서를 굉장히 잘 써 신망을 받았다고 하는데, 야권이 '포고령 작성자'로 노 전 소장을 지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전역 후 노 전 소장은 본인의 명예 회복(여군 성추행 재판)과 명리학에 심취해있었다고 하는데, 부정선거 의혹으로까지 관심사가 확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떨어진 軍 사기, "군사 독재 이미지 어떻게 끊었는데"
아직 노 전 소장이 계엄 과정에서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의혹일 뿐, 정확한 전말은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드러나게 될 겁니다.
노 전 소장이 TF를 준비했다고 알려진 시점은 실제 계엄 선포 직전이어서, 왜 준비가 완료되기도 전에 계엄이 선포된 것인지도 의문으로 남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연락한 육사 후배들은 이런 일에 연루됐다고 언급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선배여서 부끄럽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나회 척결과 군부 개혁 이후, 군사 독재 이미지를 끊기 위해 노력해온 지난 30여년 군의 역사에 "선배들이 먹칠을 했다"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에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이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