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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장성한테 휘둘린 軍 '정보수뇌부', 왜?

등록 2024.12.20 21:17

수정 2024.12.20 21:22

[앵커]
이미 6년 전 퇴역한 예비역 장성이 어떻게 현역 간부들을 이처럼 좌지우지하며 계엄 작전을 기획할 수 있는지, 여러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국방부 취재하는 윤동빈 기자에게 자세히 물어보겠습니다. 윤 기자, 아무리 선배라고 해도 군을 떠난 민간인이잖아요. 이런 지휘체계가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기자]
무엇보다도 노상원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장관을 통한 '군 인사권'을 적극 활용해 현역들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경우 노 전 사령관을 모른다고 했지만, 학연과 지연이 얽혀있는데다 최근 정보사 내부에서 법정 다툼이 벌어질 정도로 여단장과 갈등을 겪었지만, 사령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 역시 핵심은 인사권으로 보입니다.

[앵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은 어떤 관계이길래 이 정도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건가요?

[기자]
두 사람의 인연은 1989년 청와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수방사 산하 55경비단 작전과장이 김용현 소령, 그 밑에 노상원 대위가 있었습니다. 수방사 내에서도 최정예 병력들이 선발되는 부대라 수십년째 전우회 모임이 유지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답니다. 이후 2007년 박흥렬 육군참모총장실에서 또 인연이 이어지는데, 당시 김용현 비서실장 추천으로 노 전 사령관은 정책부서 과장에 발탁됩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김 전 장관은 수방사령관, 노 전 사령관은 청와대 경호실 군사관리관이 됐고, 당시 경호실엔 문상호 정보사령관도 근무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조금 전 리포트를 보면 김 전 대령이란 사람도 등장하던데, 계엄에 왜 이렇게 예비역들이 많이 개입했다고 봐야 하나요?

[기자]
아무래도 비밀리에 진행해야 하는 계엄의 성격상 예비역 동원이 좀 더 수월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대령 모두 군에서 불명예 전역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재취업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보셨다시피 점집까지 운영했다고 하고요, 김용현 전 장관도 과거 중장 전역 직후 연구원 자문위원과 대학 강사를 맡아 일한 적이 있어 예비역들의 처지를 감안했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일선 부대 장교들은 위수지역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제약이 있는 만큼, 예비역들을 통해 현역들 관리를 시도한 걸로 보입니다.

[앵커]
정보사는 지난 여름 블랙요원 유출 사건으로 이미 큰 곤혹을 치렀잖아요. 내부 분위기가 심각하겠네요.

[기자]
정보사의 부대 구호가 '충성은 금석을 뚫는다' 입니다.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내린 휘호 문구에서 비롯됐는데, 기밀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폐쇄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그릇된 목적에 부대가 활용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사선을 넘나들며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 목숨도 마다않는 예하 부대원들을 위해서라도 정치와 더 철저하게 분리돼야 한다는 지적아 나옵니다.

[앵커]
군은 정말 우리 안보의 마지막 보루잖아요. 정치에 휘말리는 일이 더는 있어선 안되겠죠. 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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