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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미군 소위는 주임원사에게 반말을 할까?

등록 2021.01.17 13:10

수정 2021.01.17 13:12

[취재후 Talk] 미군 소위는 주임원사에게 반말을 할까?

미국 국기에 경례하는 미 육군 장병 / 미 육군 제공

장교들에게 듣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사연 중 하나가 소위로 처음 부대에 도착했을 때 선배 장교들에게 받았던 짖궂은 장난이다. 신참 소위에게 “주임원사 방에 들어가 ‘자네가 주임원사인가?’라고 말하고 오라”고 시키는 것이다.

이후 대대장실로 불려갔다는 사연, 곧바로 문 잠그고 사과드렸다는 사연, 아버지같은 주임원사가 ‘잘 부탁드려요’라며 어깨를 두드려줬다는 사연 등 저마다 겪은 후폭풍은 달랐다.

수면 아래에 있던 이 문제가 최근 공식적으로 불거졌다. 더 이상 웃고 넘기지 못할 ‘엄근진’ 사태로 번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21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과 육군 대대급 이상 부대의 최선임 부사관인 주임원사들 간의 화상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남 총장이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 데도 없다”며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느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 말을 들은 주임원사 일부가 12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낸 것이다.

인권위에서 적절한 답을 내놓겠지만, 그에 앞서 동맹군 미군이 어떻게 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소위→주임원사

영어엔 존댓말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소위는 주임원사에게, 주임원사도 소위에게 반말을 한다. 다만 존중을 표시하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선배 장교가 후배 장교를 부를 때, 가끔 계급 대신 이름을 부르곤 하지만, 부사관에게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교가 주임원사를 부를 땐, 소위부터 대장까지 누구나 “서전 메이저(Sergeant Major)” 또는 “서 메이저(Ser Major)”라고 계급을 부르며 예우한다는 것이다.

◇주임원사→소위

원사를 포함한 부사관들도 위관 장교들에게 나이와 상관없이 ‘루테넌트(Lieutenant, 중위)’ 또는 ‘캡틴(Captain)’이라고 부른다. 다만 영어에서도 일부 존댓말은 있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알겠다’고 말할 땐 '예스(Yes)', '오케이(Okay)' 등 아무 말이나 써도 되지만, 반대일 경우엔 ‘예스, 서(Yes, sir)'라고 해야 한다.

미군 원사는 나이가 어린 소위가 명령이나 지시를 할 경우 ‘예스, 서’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장교, 부사관→병

그렇다면 일반 병사는 어떻게 부를까. 원칙은 없지만 관례상 장교나 부사관이 상병(Corporal)까진 이름이나 계급을 자유롭게 부르지만, 병장(Sergeant)부터는 계급을 부른다고 한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병사 최고계급에 대한 예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한국군 장교는 “인권위에 진정을 낸 주임원사의 논리라면, 새로 전입한 소위나 영내 하사가 병장에게 ‘병장님’이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번 진정 건은 군대에서 촉발된 작은 해프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군대를 통솔해야하는 장교와 전문성을 갈고 닦은 부사관들이 서로 불쾌감 없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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