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윤정호 앵커칼럼] 인사 만사

등록 2017.05.29 20:45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 열흘 만에 군 요직 인사를 단행합니다. 하나회 해체에 나선 겁니다. 그러고는 비서진에게 말합니다.

"깜짝 놀랐제?"

김 대통령 인사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긴 한 마디입니다. 김 대통령은 보안을 중시했습니다. 입 가벼운 사람을 싫어한 탓입니다. 첫 인사를 앞두고 두 장관 내정자가 보도되자 다른 사람들로 바꿔버렸을 정도입니다. 김 대통령은 늘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잘 써야 모든 일이 잘된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첫 인사부터 다섯 명이 물러납니다. 비밀 인사, 깜짝 인사의 결말입니다. 당시 민주당 빅지원 대변인이 한 말이 있습니다.

"인사가 망사(亡事)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때 비대위 명단이 미리 보도됩니다. 그러자 "어떤 촉새가 나불거려 가지고…"라고 합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발표 땐 대변인이 영화제 시상식 하듯 봉투를 뜯습니다.

"밀봉을 해온 것이기 때문에 저도 이 자리에서 발표를 드린 겁니다."

박근혜 정부 '밀봉 인사' 역시 첫 내각에서 총리를 비롯해 여섯 명이 낙마하는 참사를 부릅니다. 김대중 정부 때는 한나라당이 '인사가 망사'라고 되받아 칩니다. 노무현 정부는 '코드인사', 이명박 정부는 '만사형(兄)통'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출발부터 꼬였습니다. '고위 공직 배제 5대 비리' 공약에 발목이 잡힌 겁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며칠전 현실적 어려움도 토로합니다.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하고"

오늘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는데, 얽힌 실타래를 푸는 건 결국 진솔한 해명일 겁니다. 정권 바뀔 때마다 물고 물리는 청문회 기준을 현실적으로 고치는 건 그 다음입니다. 야당도 국정 공백 끝에 출범한 새 정부가 빨리 안착하게 도와야겠지요. 앵커칼럼 '인사 만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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