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윤정호 앵커칼럼] 어머니와 딸

등록 2017.06.01 20:31

수정 2017.06.01 20:46

강원도 홍천 고갯길에는 딸을 안은 어머니 동상이 있습니다. ‘박정렬여사 추모공원’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모녀는 40년 전 고개를 넘다 폭설을 만납니다. 어머니는 탈진해 쓰러지면서도 윗옷을 벗습니다. 여섯 살 딸에게 입히고 품에 안습니다. 어머니는 얼어죽었지만, 딸은 어머니 체온으로 살아남습니다.

홍천 사람들은 해마다 추모제를 지내다 4년 전 공원을 꾸몄습니다. 그무렵 서울 도봉산에 오르던 가족을 커다란 낙석이 덮칩니다. 서금례 어머니는 중학생 딸을 옆으로 밀쳐내고 숨집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는 살신모정(殺身母情)입니다. 

옛 속담에 “내리사랑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했습니다. 돌아온 정유라씨를 보며 떠올린 속담입니다. 최순실씨의 딸 사랑은 나라를 뒤흔든 빗나간 모정입니다. 그런데, 최씨가 딸에게 기울인 것만큼, 딸은 어머니에게 애틋해 보이지 않습니다. 딸은 웃으며 말합니다. 

“전공이 뭔지도 몰랐고 대학에 가고 싶어한 적도 없었다…”

자기 때문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 덤덤하게 남 얘기하듯 합니다. 

“하나도 모릅니다” “좀 억울합니다”

그런데, 내리사랑은 감추지 못합니다. 

“제 자식이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들으면 정말 속상할 것”

최씨는 최후진술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였습니다. “부디 딸을 용서해주시고 앞으로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량을 베풀어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딸을 이대에 보내려고 돈을 주거나 뭘 요구한 적이 없다”고 혐의는 부인합니다. 검찰은 최씨 마음이 바뀌기를 기대합니다. 

“최순실씨는 앞으로 딸이 어떤 상황에 처할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이경재 변호사)

엄마가 되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용감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최씨가 이제라도 어머니의 마음으로 속죄했으면 합니다. 앵커칼럼 ‘어머니와 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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