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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 앵커칼럼] 호메이니와 트럼프

등록 2017.06.08 20:25

수정 2017.06.08 21:08

이란 수도 테헤란의 외곽입니다. 널따란 주차장에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삽니다. 가족이 다 와서 지냅니다. 노숙자라고요? 아닙니다. 이란혁명의 지도자 호메이니 묘에 참배하러 온 성지 순례자들입니다. 아이들까지 있고, 수학여행도 줄을 잇습니다. 호메이니 묘는 이슬람 사원처럼 생겼습니다. 호메이니가 숨지고 30년이 되도록 거대한 돔과 첨탑을 짓고 있습니다. 이슬람 건축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며 공을 들입니다.

호메이니는 1979년 친서방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율법 통치를 시작합니다. 선거로 뽑는 대통령이 있지만 최고 종교 지도자가 절대 통치권을 행사하는 신정체제입니다. 그래서 이란혁명을 호메이니혁명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이슬람 시아파 성인에게 바치는 '이맘' 칭호까지 얻은 절대적 존재입니다. 가는 곳마다 그의 이름을 딴 광장과 거리가 있습니다. 초상화가 사원과 관공서, 가게에도 걸려 있습니다. 성인을 넘어 신의 반열에 오른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그런데 호메이니의 성지가 습격당했습니다. 반대 종파인 수니파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IS가 이란의 영적 심장을 겨눈 겁니다. 정치적 심장인 의회도 테러로 물들었습니다. 시아파 맹주이자 중동 강대국으로, 테러 청정지역이라던 이란마저 뚫렸습니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1400년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른 데엔 미국도 한몫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애써 이란 핵협상을 타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고 반(反)이란 정책에 나섰습니다.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나라들이 친(親)이란 국가인 카타르에 내린 단교도 부추긴 셈입니다.

세계의 분쟁 해결사라던 미국이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평생 반미(反美)를 외쳤던 호메이니가 묘에서 벌떡 일어날 일입니다. 앵커칼럼 '호메이니와 트럼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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