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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 앵커칼럼] 권력과 FBI

등록 2017.06.09 20:23

수정 2017.06.09 20:47

영화 'J 에드거'는 FBI의 전설적인 국장, 에드거 후버 이야기입니다. 48년이나 FBI를 쥐고 흔들었습니다. 그는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독대를 신청합니다. 그리고 백악관 집무실에 늘 서류 한꾸러미를 들고 들어갑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요인들의 사생활, 치부가 담긴 비밀 파일들입니다. 이 때문인지, 닉슨까지 대통령이 여덟 명 바뀌도록 후버를 자르지 못했습니다. 정적의 파일은 탐났고, 자신의 파일은 두려웠던 겁니다.

사찰 대상엔 헤밍웨이, 마랄린 먼로, 프랭크 시나트라, 킹 목사도 있었습니다. 후버는 민권운동가 킹 목사를 도청해 여자관계를 알아내곤 "자살하라"고 협박했습니다. 4년 전 코미 FBI 국장이 취임식에서 말합니다.

"모든 신입요원은 킹 목사 기념관부터 찾아가 교훈을 얻으라… (FBI) 직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가 킹 목사였다… FBI는 모든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코미는 공화당 부시 정부때 법무부 부장관을 하면서 백악관의 도청 인가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그 강직함을 인정받아 민주당인 오바마 정부의 FBI 수장이 됐습니다. 코미 국장은 작년엔 집권당 후보인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해 결정적 타격을 입힙니다.

그리고 지금... 살아 있는 권력에 당당히 맞섭니다. 러시아 게이트 특별검사인 뮬러도 부시-오바마 정부에 걸쳐서 FBI 국장을 지냈습니다. 결벽에 가까운 자기 관리로 'FBI의 전설'로 불립니다. 워터게이트의 진실을 언론에 알렸던 익명의 제보자 '딥 스로트(Deep Throat)'도 펠트 FBI 부국장이었습니다.

닉슨은 미국의 사법체계를 우습게 봤다가 결국 물러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상대를 잘못 만난 듯합니다. 닉슨 때의 교훈도 소용없습니다. 코미 청문회를 보며 우리를 돌아봅니다. 권력에 정면으로 맞설 용기와 시스템이 우리 수사기관엔 왜 없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생각해봅니다. 앵커칼럼 '권력과 FB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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