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윤정호 앵커칼럼] 공수 바뀐 여야

등록 2017.06.13 20:24

수정 2017.06.13 20:37

영국의 유명한 대학이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이 대학교의 이사회장에는 옷장이 하나 있습니다. 안에 밀랍 머리를 한 해골이 앉아 있습니다.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을 말했던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입니다. 그는 시신을 해부실습에 쓴 뒤 미라로 보존해달라고 유언했습니다.

죽고 나서도 해부대상이 돼 다수의 행복에 보탬이 되려고 한 겁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200년 가까이 대학 이사회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집 옷장에 해골이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십중팔구 누군가를 죽여 감춰둔 살인의 증거일 겁니다.

그래서 영어로 '장 속의 해골(skeleton in the closet)'은 '절대 드러나선 안 될 비밀'을 뜻합니다.

공직자 인사 검증이 제일 까다로운 나라가 미국입니다. 정권인수팀이 후보자에게 묻는 문항이 이백서른개를 넘습니다. 낙태에 반대하는 공화당 정부는 "낙태 경험이 있느냐"고까지 묻습니다.

마지막엔 "옷장에 숨겨둔 해골을 꺼내놓으라"고 합니다. 이런 속담도 있습니다.

"누구나 장 속에 해골 하나쯤 갖고 있다(Everyone has a skeleton in the closet)".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뜻입니다. 요즘 인사청문회를 보며 새삼 실감하는 말입니다. 

공격과 수비가 뒤바뀌었다고 해서, 하던 주장과 논리까지 바꾸는 얄팍한 세태도 청문회에서 목격합니다. 예전에 당한 걸 생각하면 이제라도 악순환을 끊자고 할만도 한데 그러지 못하는 게 인간 심사인 듯도 합니다. 무엇보다 말의 무게를 생각하게 됩니다.

청와대 인사검증 책임자가 작년에 올렸던 글이 화제입니다.

"미국 같으면 음주운전 후보자는 애초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말은, 내뱉는 순간 말한 사람을 옭아매는 사슬이 됩니다.

앵커칼럼 '공수 바뀐 여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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