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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 앵커칼럼] 만만한 사드

등록 2017.06.14 20:24

수정 2017.06.14 20:44

영국의 유명한 록그룹이죠. 레드 제플린의 명곡 '록 앤 롤(Rock & Roll)'입니다. 폭발적인 드럼 연주, 어떠십니까. 이 그룹의 첫 앨범 표지 한번 보시지요. 폭발하는 독일 비행선 사진을 실었습니다. 그룹 이름 제플린도 1차 대전 때 런던을 폭격했던 독일 비행선에서 따왔습니다. 그리 좋은 이미지는 아닐 듯한데, 무거우면서도 가볍고, 폭발적이면서도 우아한 비행선같은 음악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전남 고흥의 항공우주연구원이 만든 비행선입니다. 길이가 33미터나 되는 거대한 비행선이 고래처럼 두둥실 떠오릅니다. 1킬로미터 상공에 열흘 동안 머물며 낮게 침투하는 소형 비행기들을 감시 추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명절 연휴마다 고속도로 상공에 등장하는 비행선도 있습니다. 길이 12미터로 작은 편이지만, 시속 80킬로미터로 움직이면서 위반 차량을 촬영해 단속합니다.

이 비행선들은 독일 비행선 제플린과 달리, 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으로 조종합니다. 무인기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겁니다. 다양한 무인기들은 기상관측, 어군(魚群)탐지, 산불감시같이 이로운 일을 적은 비용으로 해냅니다. 하지만 사드 기지를 촬영한 북한군 무인기 소식엔 섬찟한 느낌부터 듭니다. 경북 상주까지 다녀갔으니까, 3년 전 추락했던 무인기들보다 비행거리가 최대 4백킬로미터나 늘어난 겁니다.

폭탄을 싣는 자폭형도 있고, 생화학무기를 살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군은 방공망이 뻥 뚫렸는데도 속수무책입니다. 1차 대전때 런던 시민이 독일 비행선에게서 느꼈을 공포가 남의 얘기가 아닌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참 만만한 게 사드라는 생각도 듭니다. 군사무기 배치가 만천하에 공개돼 북한 무인기가 들락거리고, 주민들은 유류 반입을 막는다며 검문을 하고, 중국이 우리 정부에 사드 기지 시찰을 요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으니 말입니다. 앵커칼럼 '만만한 사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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