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윤정호 앵커칼럼] 담백한 평양

등록 2017.06.15 20:27

수정 2017.06.15 21:10

북한은 여러 차례 외국인을 억류해왔습니다. 미국인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은 풀려나기 전날, 조선중앙통신에 인터뷰가 실립니다. "북한사람들은 인권을 존중하고 나를 사랑해줬다. 뉘우치고 사죄한다."

하지만 석방되자 기자들 질문에 입을 닫습니다. 부모를 만나고서야 눈물을 흘립니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합니다. 그는 아홉 달 뒤 인터뷰에 응합니다. "초주검이 되게 얻어맞고 성고문을 당해 인간이 파괴됐다. 결혼도, 성관계도 못할 것 같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만질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그래서 1년이 넘도록 머리를 깎지 않습니다. 북한에 나포됐던 미군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을 13년 뒤 언론이 추적합니다. 한 해군은 결혼에 두 번 실패하고 술에 빠져 삽니다. "북한군이 내 머리에 총을 겨누는 꿈을 여태 꾼다"고 합니다. 함장은 "노예처럼 맞고 살던 기억을 참기 어렵다"고 합니다. 자살한 사병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귀향했습니다. 수면제를 잘못 먹었다는데 곧이곧대로 믿긴 힘듭니다. 북한은 웜비어가 식물인간이 되고도 일년 석 달을 붙잡아뒀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에야 미국에 알립니다. 노리는 게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웜비어 부모와 미국민의 분노가 간단치 않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사악한 체제라는 건 알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우리 청문회에선 문화부장관 후보자의 북한 방문기가 거론됩니다. "평양의 회색은 웃으며 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서울은 타락과 탐욕, 평양은 담백한 자존심으로 서 있다." 본인 해명은 이렇습니다.

도종환
"밤에는 거기는 불이 안 들어오는 깜깜한 도시였었고요. 죽음의 도시 같았습니다."

'의지와 자존심에 찬 평양'과 '죽음의 도시' 사이에 등식이 성립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앵커칼럼 '담백한 평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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