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윤정호 앵커칼럼] 폭염주의보

등록 2017.06.16 20:23

수정 2017.06.16 20:48

오늘은 맞춤법 실력이 어느 정도신지 한번 확인할까요? 안주 없이 마시는 술, 깡술, 깡소주 마신다고 하는데, 맞을까요, 틀릴까요? 강술, 강소주가 맞습니다. 앞에 붙은 접두사 '강'은 순우리말로 '물기 없이 말랐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강술은 찌개나 탕 같은 안주국물 없이 술을 들이킬 때 가장 적당한 표현입니다. 강된장 역시 묽지 않게 되직하게 끓인 된장입니다. 강추위는 눈도 오지 않아 메마르도록 얼어붙은 추위를 뜻합니다. 한자로 강할 강(强)자를 붙인 '강추위'보다 매섭습니다.

이번에는 무더위라고 할 때 앞에 붙는 '무'자 한 번 보실까요. '습도가 높아 찌는 듯한 더위'가 무더위니까, 앞에 '무'자는 '물'이 바뀐 말입니다. '강'과는 반대죠. 무좀이라는 것도 손발에 물기가 많아 슨 좀입니다. 그렇다면 강더위는 뭘까요. '오랫동안 비는 안 오고 볕만 내리쬐는 더위'입니다. 불볕더위와 통합니다. 그래서 '불볕 무더위'라고 하면 앞뒤가 안 맞습니다.

올들어 시작한 가뭄이 여름 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달 하순 장마가 오지만 비가 적은 마른장마여서 7월까진 바싹 마른 대지에 풀풀 먼지만 일게 생겼습니다.

아침에 국민안전처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으니 조심하랍니다. 올해 첫 폭염특보입니다. 가뭄 속 강더위가 닥친 겁니다. 정치권에도 폭염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밀어붙일 뜻을 밝혔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에 이어 국회를 향한 자세가 강경화(强硬化)하고 있습니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는 사퇴하지 않겠답니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뜨거운 여름 태양이 눈부셔서 방아쇠를 당깁니다. "하늘은 있는대로 활짝 열려 불줄기를 퍼부었다. 내 온 존재가 긴장됐고 권총을 힘차게 움켜쥐었다. 나는 네 발을 쏘았다." 대화와 타협 없이 바짝 마른 강더위로 뜨겁게 달아오른 정국, 언제 방아쇠를 당길지 모를 일촉즉발입니다. 가뜩이나 메말랐는데, 국민만 더 불안합니다.

앵커칼럼 '폭염주의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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