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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 앵커칼럼] 장진호 전투

등록 2017.06.27 20:28

수정 2017.06.27 20:35

백악관에서 남서쪽으로 한 시간을 채 못가면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 해병 장교 양성소인 콴티코 기지입니다. 그곳에 6-25 당시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 기념비가 지난달 섰습니다.

대선을 닷새 앞둔 때라 우리는 관심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해병 모자를 상징하는 팔각 기단에 ‘고토리의 별’이 서 있습니다. 1950년 겨울, 개마고원 장진호반의 신남면 고토리에 빛나던 별입니다.

눈보라가 그치고 나타난 별을 신호탄 삼아 미 해병 1사단이 12만이나 되는 중국군의 포위망을 뚫었습니다. 장진호는 스탈린그라드와 함께 양대 겨울전투로 꼽힙니다.

영하 40도에 가까운 맹추위 속에 미군이 3000명 넘게 희생됐습니다. 하지만 열 배의 타격을 적에게 입히면서 돌파해 흥남철수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미군은 10만 피란민과 흥남항을 탈출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도 그 때 상선 빅토리아호를 타고 북한을 벗어났습니다. 거제도에 내린 3년 뒤 문 대통령이 태어났습니다.

문 대통령이 며칠 전 참전유공자 위로연에서 인사했습니다.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 작전은… 그 덕분에 흥남에서 피란 온 피란민 아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서….”

문 대통령이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를 방미 첫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장진호 참전용사도 만난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장진호에서 흘린 피를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말합니다.

체니 부통령 연설이 대표적입니다.

“죽음의 덫에서 벗어난 장진호 전투처럼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깨질 수 없다.”

미국은 6.25를 기억하고 기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땅에서 벌어진 전쟁을 잘 알지 못하고 더 알려 하지도 않습니다.

흥남 피란민의 아들 문 대통령이 장진호 전투에 바치는 감사는 미국인에게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갈 겁니다. 우리에겐 잊힌 전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듯합니다.

문 대통령의 보훈 외교가 한미동맹의 새 이정표로 남았으면 합니다. 앵커칼럼 ‘장진호 전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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