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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취재] 내일 '농업인의 날'… 영농조합 '무신경 갑질'에 농민 속앓이

등록 2017.11.10 21:30

수정 2017.11.10 21:44

[앵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추적취재입니다. 박성제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기자. 내일이 농업인의 날인데, 영농조합이 농민들의 속앓이를 시키는 일을 취재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영농조합은 농민에게서 농산물을 받아 대형마트 등에 넘기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상품 기준에 미달하는 농산물은 농민에게 반품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영농조합의 보관 실수 등으로 엉망진창이 된 농산물을 농민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브로콜리에 곰팡이가 허옇게 피었습니다. 한 영농조합이 농민에게 반품한 농산물입니다.

김선길 /농민
"열흘 있다가, 15일 있다가 내려보내요. 50짝, 80짝 이런 단위로 내려보내니까."

영농조합 측은 크기, 신선도 등이 기준에 못미쳐 반품했다는데, 김씨는 포장을 열지도 않은 제품을 반품받은 적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선길 / 농민
"자기네 창고에 너무 오래 놔두니까 아무래도 변질 되잖아요. 그럼 아무 생각없이 내려보내는 거예요."

김씨가 뜬금없이 반품받은 농산물들은 모두 이곳에 버려졌습니다.

이렇게 버려진 농산물이 올해만 1300만원어치나 됩니다. 인근의 또 다른 농민 역시 고추 200kg, 130만원어치를 모두 버렸습니다.

납품 일주일이 지나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반품 받은 고추는 모두 상해있었습니다.

김봉기 / 농민
"내 마음은 찢어지죠. 힘들게 농사 1년 내내 지어서… 반품을 아예 바로 시켜 보냈으면 나라도 시중에 내서 파는데…."

영농조합 측은 반품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합니다.

영농조합 관계자
"500박스가 들어온다든지, 300박스가 들어온다든지 하면, (불량을) 알 수가 없어요. (반품에) 열흘이 지날 수도 있어요."

냉장 보관 방식도 허술합니다. 농산물 마다 저장 온도를 달리 해줘야하지만,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영세 영농조합들이 모두 한 냉장고에 보관하다보니, 금방 상하는 겁니다.

농민들은 이렇게 상해버린 농산물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조병옥 /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반품 피해를 입는)그런 예는 아주 많은, 비일비재한 예고요. 굉장히 많은 경우의 수도 있고요."

결제 구조도 문젭니다. 최종 납품을 받는 대형마트는 통상 보름 단위로 영농조합에 대금을 지급합니다. 하지만 영농조합은 이 돈을 농민에게 바로 주지 않고, 자신들의 회계일에 맞춰 지급하는 겁니다.

결국 농민에게 돈이 들어오는 건 납품 후 두 달 가까이 지나서 입니다. 농민들이 빚에 허덕댈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앵커]
듣고 보니 농민들의 고충이 이만 저만 아닌 것 같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영농조합에 대한 관리책임을 공정거래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서로 떠넘기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당국의 대책 기대해보겠습니다. 박성제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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