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뉴스9

[추적취재] 걸핏하면 '월세' 횡포…"임차보호기간 늘려줘야"

등록 2017.11.23 21:37

수정 2017.11.23 21:48

[앵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추적취재입니다. 박성제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허술한 상가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고통받는 세입자들이 많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건물주가 월세를 크게 올려 세입자를 내쫓거나, 퇴거 때 과도한 철거 비용을 청구하는 식입니다. 가구점을 운영하던 김수현씨는 가게를 옮기기 위해 기존 건물주에게 1억6000여만원의 생돈을 물어줘야했습니다. 계약서의 '원상회복' 조항이 문제였습니다. 인테리어를 철거하는 통상 수준을 넘어, 건물주가 20년 전 준공 당시 상태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한 겁니다.

김수현 / 가구점 업주
"자기가 원하는 소재로 (인테리어를) 해놓으라는 거예요. 견적을 받아봤더니 3억원이 넘게 나왔어요."

알고보니 이 건물주는 이전 임차인들에게도 비슷한 조건으로 돈을 받고선, 정작 '원상회복 공사'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텅 빈 가게 입구에 쇠 기둥이 줄줄이 세워져있습니다.

박석철 / 전 세입자
"팬스를 이렇게 다 치고 나니까 도저히 장사를 할 수가 없으니까 나가게 된거죠."

건물주 김씨가 5년이 지난 세입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 뒤 기둥을 설치한 겁니다. 임차보호기간이 5년에 불과해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짐을 쌀 수 밖에 없습니다. 권리금 수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퇴거보상비조로 수백만원을 받은 게 전붑니다.

이대일 / 세입자
"장사 조금 잘 되면 임대료 올려버리고, 건물주 바뀌면 벌써 다 아니까 이런식으로 쫓아내고 다시는 (장사) 안 합니다."

문제는 건물주의 횡포가 '법 테두리'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종로구에서 6년째 족발집을 운영해온 김우식씨도 최근 강제로 쫓겨났습니다. 월세를 4배나 올려놓고 임차계약을 해지해버린 겁니다.

구자혁 / 시민단체 활동가
"5년이 딱 끝나고 나면 건물주가 월세를 얼마를 부르던지 간에 법에 저촉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상가임대차분쟁조정 건수는 최근 2년새 2배 늘었지만, 건물주가 조정에 응할 의무는 없어 해결 된 사례는 절반도 안 됩니다.

[앵커]
박 기자, 법을 좀 보완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입자 보호가 외국에 비해 훨씬 느슨한 편입니다. 우리는 임차보호기간이 5년이지만, 프랑스는 9년이나 되고요. 일본과 독일은 계약 당사자끼리 임차기간을 정하되, 각각 20년에서 30년까지 계약할 수 있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임대료 역시 건물 가격 상승 등 실질적인 이유가 없으면 못 올립니다. 우리도 이런 내용이 포함된 개정법안이 수차례 발의 됐지만 모두 폐기됐거나 계류중입니다.

[앵커]
국회가 신경을 좀 써야할 것 같군요. 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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