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뉴스9

[추적취재] 시총 500억 회사 하루아침에 폭삭…'꾼'에 걸렸나

등록 2017.12.05 21:30

[앵커]
앞서 보신 주가 조작 의혹을 취재한 박성제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 기자, 우선 문제가 된 업체는 어떤 곳입니까?

[기자]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에 액정 부품을 납품하는 중견기업입니다. 국내 공장 4개, 중국 공장 2개를 가동하는 건실한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파산 직전 상태로 내몰렸습니다.  R사의 한 공장입니다. 이 공장 직원들은 지난달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채권자들이 회사 계좌와 물품, 공장을 압류하고 파산신청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곳 칠곡 공장을 포함한 자산들을 팔아 빚을 갚아야 합니다. 시가총액 500억원에 달했던 R사가 빚더미에 앉은 건, 이모 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대주주 지분 32%를 인수하고 나서부터입니다.

인수 직후 이씨는 가족과, 지인들을 대표이사 등 핵심 요직에 앉혀 경영권을 장악했습니다. 그러고선 알짜배기 자회사를 85억여원에 팔아치웁니다. 또 유상증자를 통해 220억원 가량을 더 끌어모았습니다.  모두 회사로 돌아가야 할 돈이지만, 대부분 다른 코스닥 상장사 4곳을 사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씨는 대주주 지분을 처분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 주가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씨는 유상증자 땐 지분이 모자라 회사를 담보로 '큰 손'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빌리기도 했습니다.

정모씨 / 피해자
"주식이 3200원 정도 할 땐데, 5000원에 쳐서 자기들이 가져가겠다…경영권 방어도 하고, 유상증자를 하려고..."

수십억원의 빚을 모두 회사가 떠안게 된 겁니다. 게다가 이씨는 코스닥 상장사 S사를 인수하려다 40억원을 날리자, 회삿돈을 빼돌려 갚았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결국 R사는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공장과 물품들이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이 됐습니다.

투자업계 관계자
"주식시장 바닥에서는 이OO 기업을 사게되면 그 회사는 끝났다라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이씨 측은 "빚은 갚아 나갈 것"이라며 "주가조작 등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멀쩡한 회사가 한 순간에 망가졌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장 물품들이 압류돼 납품을 못하다보니 거래량이 벌써 70%나 줄었다고합니다. 더 큰 문제는 R사가 무너지면, 이씨가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4곳도 줄줄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앵커]
검찰이 빨리 조사를 해야겠네요. 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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