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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한-중 관계와 핀란드화

등록 2017.12.13 21:45

수정 2017.12.13 21:54

핀란드 헬싱키의 관광 명소인 원로원 광장을 가면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동상이 서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핀란드가 러시아 지배를 받던 19세기에 세웠습니다.. 그런데 독립하고도 백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뒀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일왕의 동상이 버티고 선 셈이지요 독립을 하고도 국경을 맞댄 강대국 러시아의 눈치를 봤던 흔적입니다.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부터 무력 위협과 경제 제재를 휘두르며 핀란드를 길들였습니다. 핀란드는 외교 국방 분야는 물론이고 언론 출판까지 소련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그래서 인접 강대국에게 주권과 국익을 야금야금 양보하는 것을 뜻하는 ‘핀란드화(化/ Finlandization)’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핀란드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은 막무가내식 사드 제재에 이어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표정이 싸늘합니다. 외교적 결례도 서슴치 않습니다.

베이징에서 에이펙(APEC)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중국 인민일보가 만방래조(萬邦來朝)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여러 나라가 조공을 바치러 왔다’는 얘깁니다. 중국이 동아시아 정세를 어떻게 보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표현입니다.

그런가 하면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특강에서 사드 철수를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이 경제 보복을 하면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굶어죽을 걱정이 없다.” 이러다가 핀란드화가 아니라 한국화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작 핀란드는 실용 외교로 돌아섰습니다. 미국과 방위협정을 맺은 데 이어 나토(NATO) 신속 대응군에 참여했습니다. 핀란드화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핀란드의 현실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결기를 보여 국격과 국익을 지켜내기를 기대합니다.

앵커의 시선 ‘한-중 관계와 핀란드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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