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최순실이라는 사람

등록 2017.12.14 21:44

수정 2017.12.14 21:51

탁상 달력이 어느덧 한 장 남았습니다. 그런데 다음주 수요일 20일이 공휴일이라고 빨간 글씨로 인쇄돼 있습니다. '19대 대통령 선거일'이랍니다.

하긴 나라가 평온했다면 지금 대선 후보들이 막바지 유세를 벌이면서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겠지요. 그러나 이미 선거는 올 봄에 치러졌고, 지난 한 해 내내 나라가 출렁이고 요동쳤습니다. 그 진앙지가 최순실씨입니다.

최씨가 오늘 결심 공판에 섰습니다. 첫 재판 받은 지 1년 만입니다. 그 사이 최씨가 한 언행을 보며 자괴감에 빠진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런 여자에게 나라가 휘둘렸다니?' 하는 부끄러움입니다.

최씨는 헌법재판소에 나간 날 "모른다" 백 서른 번, "기억 안 난다" 쉰 번, "아니다"를 서른 번 넘게 했습니다.

3주 전엔 "빨리 사형시켜달라"며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결심 공판을 앞두고는 마음이 달라졌는지 '70대 할머니 될 때까지 못 나올까' 비관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최씨의 비관적 예상을 훨씬 넘겨 25년을 구형했습니다.

최씨는 지난주 재판에선 자기가 "베일에 싸인 투명인간"이라고 했습니다. "계속 투명인간으로 살아야 했는데 어쩌다 노출됐다"고 했습니다. 잘못 한 건 없고 죄가 있다면 '들킨 게 죄'라는 얘깁니다.

최씨가 죄를 인정한 건, 작년에 독일에서 돌아와 "죽을 죄를 졌다"고 한 게 유일합니다. 그마저 엉겁결에 한 말이겠지요. 

오늘 재판정에선 비명을 지르고 오열했다고 합니다. 억울해서 그랬는지 죄책감에서 그랬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죽음으로 결백을 입증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이 의미 없는 단어들을 여러분께 전달하면서 저 역시 헛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탁상 달력의 마지막 장을 보면서 이런 사람에게 농락당한 나라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12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최순실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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