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작은 상자에 담긴 천사들

등록 2017.12.18 21:46

수정 2017.12.18 21:51

"산이 저문다 / 노을이 잠긴다 / 저녁 밥상에 아기가 없다 / 아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김광균 시인의 '은수저'라는 시입니다. 은수저는 건강과 장수를 상징합니다. 주인 잃은 은수저에서 시인은 먼저 간 아이를 떠올립니다. 가슴 미어지는 슬픔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해, 읽는 이 마음이 더욱 저립니다.

시인 김남조는 아기 얻은 환희를 노래했습니다.

"아가가 세상에 온 후로 비단결 같은 매일이었습니다. 아가는 평화의 동산 지즐대는 기쁨의 시내입니다."

갓난아기는 부모의 손가락을 처음 잡는 순간, 부모에게 말로 못할 감동을 선물합니다. 부모에게 그 악수는, 아기를 고이 잘 키우겠다는 일생의 약속입니다.

이대 목동병원에서 갓난아기 넷이 숨졌습니다. 아기 부모들의 충격과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 모든 부모가 황망합니다. 오늘 아침 펑펑 내리는 눈 속에 아기들 시신이 병원을 나섰습니다. 세상 구경도 제대로 못했을 아기들이 작은 나무상자에 누워 차에 올랐습니다. 여리디 여린 몸에 부검을 받으러 가는 길입니다.

부모들은 상자를 끌어안고 흐느꼈습니다. 한 어머니는 차마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부모 돌아가시면 북망에 묻고, 자식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습니다. 날벼락처럼 아기를 떠나보낸 부모들은 평생 가슴에 무거운 납덩이를 얹고 살아가야 합니다.

아기들이 숨진 이유와 책임을 밝혀 이런 일이 다시 없게 해야, 그나마 부모들에게 한 가닥 위로가 될 겁니다.

12월 18일 앵커의 시선 '작은 상자에 담긴 천사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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