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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천지 산천어

등록 2017.12.21 21:49

수정 2018.01.09 13:13

몇년 전 백두산 천지에서 괴물이 목격됐다고 중국 언론들이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공룡 비슷한 마스코트까지 만들어 관광 홍보를 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이 괴물은 산천어라고 했습니다.

천지에 옮겨놓은 산천어가 변종이 됐다는 겁니다. 강에 사는 것보다 서너 배 커서 길이 85cm에 8kg까지 나간다니까 괴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산천어는 송어와 같은 종(種)입니다. 바다로 나갔다 돌아오는 회귀 본능이 퇴화해 강에서만 사는 송어가 산천업니다.

그런 산천어가, 흐르는 강물을 오르내리는 자유마저 잃은 채 천지에 갇혀 삽니다. 눈과 귀를 가리인 채 세상 흐름과 동떨어진 북한 사람들 처지와 비슷합니다. 

판문점으로 귀순한 오청성씨에 이어 북한 병사가 중부전선을 넘어왔습니다. 어제는 목선을 탄 두 명이 동해로 귀순했습니다.

천지를 철옹성처럼 둘러친 백두산 봉우리에 틈이라도 생긴 걸까요. 올해 귀순자가 열 다섯명에 이르러 작년의 세 배가 됐습니다. 한 달 반 사이 일본 해안에 북한 목선 쉰세 척이 표류해 온 것도 심상치 않습니다. 

귀순 병사 오씨는 우리 걸그룹과 할리우드 영화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선 법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늘 귀순한 열아홉 살 병사도 장마당 시장경제를 경험했을 신세댑니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한 말입니다. 귀순 병사가 총탄의 빗발 속에서 질주하는 그 짧막한 순간에 통일을 열망하는 북한 주민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강연에서는 "군사 옵션보다 한국 드라마가 북한을 더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 체제의 아킬레스건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간파한 발언이지요! 산천어가 천지는 물론, 강을 벗어나 대양으로 나오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어쩌면 그 산천어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진짜 괴물로 변해 가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12월 21일 앵커의 시선 '천지 산천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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