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나눔

등록 2017.12.22 21:46

수정 2017.12.22 22:43

"찬바람에 배배 말라 가면서 그저, 한겨울 따뜻한 죽 한 그릇 될 수 있다면…"

겨울 처마에 매달린 시래기를 노래한 윤중호 시인의 '시래기'입니다. 보잘 것 없는 시래기도 외롭고 허기진 이들에게 위안되기를 소원합니다. 병상에 누운, 가난한 시인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베풀고 나누는 마음은, 가진 것이 많고 적음과 상관이 없습니다. 몇 년 전 크리스마스이브, 서울에 어느 자선냄비에서 나온 돌 반지에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예쁜 천사 우리 아가야, 천국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훨훨 날아라."

병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가 아이 돌 반지를 기부한 겁니다. 구세군 사람들은 자선냄비를 열 때마다 울고 웃습니다. 천 원짜리 지폐가 가장 많지만, 금붙이부터 헌혈증서, 극장 표, 제주도 항공권에 로또 복권까지 나옵니다. 부모님께 드리려던 상품권을 부모님 뜻에 따라 맡기기도 합니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후진국 같은 화재로 애꿎은 사람들이 숨져 어수선합니다. 세밑이 더욱 스산한 건, 차갑게 식어버린 이웃사랑 때문입니다. 여태 목표 모금액 3분의 1밖에 못 채워서, 사랑의 온도탑이 35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올해는 작은 자선-기부단체일수록 더 힘들다고 합니다. 기부금을 탕진한 살인범 이영학을 보며 사람들이 마음을 닫아버린 탓이 큽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입니다. 기업이 큰 몫을 하지만 결국 우리 기부문화를 떠받치는 건, 평범한 소시민의 작은 온정입니다. 감을 따지 않고, 굶주린 겨울새의 먹이,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마음이지요.

오늘 앵커의 시선은 나태주 시인의 '기도'로 맺습니다.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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