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김정은의 사진 정치

등록 2017.12.26 21:49

북한에서 '1호'는 최고 지도자를 가리킵니다. 김일성 삼대의 '1호 사진'도 숭배 대상입니다. 1호와 함께 찍은 사진도 가보처럼 모시고 신분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북한 김정은이 평양 신혼부부 집에 갔을 때 영상입니다. 이 집 남편과 아내가 각기 김정일과 찍은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1호 사진'을 활용합니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로켓 기술자를 업어주는 등 스킨십도 적절히 활용합니다.

단체사진 규모도 엄청 커졌습니다. 한번에 천명씩 2만명과 스무 번에 걸쳐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천명씩 서 있는 스탠드를 김정은이 돌아다니며 찍기도 합니다. 단체사진엔 얼굴을 식별할 수 있게 대형 카메라가 동원됩니다. 사진은 노동신문에 싣고 선물로 나눠줍니다.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에 오른 첫해에만 10만명과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사진을 통한 우상화의 극치가 당 세포대회에서 찍었다는 바로 이 단체사진입니다.

만명 넘는 군중이어서 김정은조차 얼굴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찍었다는 의미만 있을 뿐이지만 김정은이 사진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세포 비서는 당 말단 조직을 관리 감시합니다. 체제를 유지하는 실핏줄 같은 존재입니다. 김정은은 세포대회에서 "적대세력들이 인민의 사상을 마비시켜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려 한다"며 "모든 비(非)사회주의를 뿌리뽑자"고 했습니다. 외부 세계 정보가 유입되는 걸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독재에 저항했던 노벨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가 말했습니다. "북한은 역사에서 미끄러진 괴물이다." 시대착오적이고 엽기적인 만명 단체사진의 끝은 어디일까요. 12월 26일 앵커의 시선 '김정은의 사진 정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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