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핵 단추

등록 2018.01.03 21:50

수정 2018.01.09 13:09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탈 때마다 일부러 공개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보좌관이 가방을 들고 트랩을 오르는 모습입니다. 가죽을 입힌 알루미늄 가방엔 핵 미사일 통제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이른바 핵 가방이지요. 에어포스 원이 공격당해 핵 가방이 파괴되면, 1천기 넘는 핵탄두가 적대적 국가들을 향해 자동으로 날아가게 입력돼 있습니다. 그것은 곧 세계의 멸망을 의미합니다.

에어포스 원이 핵 가방을 보여주는 건, 행여라도 공격할 생각을 말라는 경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취임 직후 핵 가방을 받는 순간 "매우 매우 매우, 무서웠다"고 했습니다. "핵 가방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파괴력을 지녔는지 설명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트럼프가 오늘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단추가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 김정은이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고 한 신년사를 맞받아친 겁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를 승인한 뒤 내내 죄책에 시달렸습니다. 그 뒤로 인류는 여러 차례 핵전쟁 위기를 넘겼습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지도자와 군 지휘부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인내한 덕분입니다. 하지만 핵 단추를 서로 자랑하듯 내세우는 두 지도자를 보면서는, 합리적 판단과 인내를 기대해도 되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주민 안위에 별 관심이 없는 김정은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년 카드에 이런 사진을 담았습니다. 나가사키 원폭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숨진 동생을 업고 화장터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진입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신년사에서 "세상이 거꾸로 간다. 적색경보를 발령한다"고 했습니다. 경보가 경보로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1월 3일 앵커의 시선 '핵 단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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