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부모가 된다는 것

등록 2018.01.04 21:57

수정 2018.01.09 13:10

네 살, 두 살, 한 살배기 삼남매가 어제 화장장에서 한 줌 재가 됐습니다. 장례식도 없이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시간 아이들 엄마는 경찰 현장검증을 받았습니다. 술에 취해 담뱃불로 낸 화재에 삼남매가 숨진 상황을 재연했습니다. 오늘은 다섯 살 준희의 시신을 몰래 파묻은 아버지가 현장검증을 받았습니다. 아빠에게 발목을 짓밟히고 치료도 받지 못해 준희는 피고름을 흘리며 기어 다녔다고 합니다.

새해 벽두부터 참담한 소식을 접하면서, 지난 연말 광주 어느 할머니가 남긴 유서를 떠올렸습니다. 35년 전 남편을 여의고 홀로 4남매를 키운 할머니가 숨지기 전 써뒀다는 유섭니다. 글은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네’로 시작합니다.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어미라 불러주고/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 참 행복했네/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 병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 고맙네/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고 열심히 살았네."

유서는 4남매를 일일이 불러 고생 많았다고 위로하며 이렇게 맺었습니다.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 어떤 아름다운 시도 이보다 절절할 순 없을 겁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해도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어 갑니다. 아이를 낳고도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게 간단치 않다는 건 키워본 사람은 다 압니다. 규범과 제도에 앞서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그 것도 무조건적이어야 하고 끝이 없어야 합니다. 

이 추운 겨울 , 아 우리에게도 이런 사랑이 있었구나! 그 불변의 이치를 어느 할머니의 유서에서 새삼 확인하고 세상 살아갈 힘을 다시 내 봅니다. 1월 4일 앵커의 시선 '부모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