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법관들의 막말

등록 2018.01.09 21:45

수정 2018.01.09 21:58

악명 높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가 1999년 뉴욕에서 집회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겨우 열여덟명만 모였습니다. 특유의 뾰족 모자에 흰옷을 입었지만 뉴욕시 집회 규정에 따라 복면을 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얼굴을 드러내야 하니 참가자부터 크게 줄었고, 그나마 기가 죽어 구호도 제대로 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반대되는 실험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들이 해봤습니다. 남자들에게 선글라스를 씌우고 교도관 역할을 시켰더니 너무 폭력적이어서 서둘러 실험을 끝내야 할 정도였습니다. 익명은 위력은 이렇게 큰 것입니다.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익명의 판사 전용 게시판을 열었습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일부 판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서입니다. 그러자 게시판에 인신공격성 글이 쏟아졌습니다. 대법원장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글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익명 게시판이 최근에 더욱 혼탁해졌다고 합니다. 반말은 물론 은어, 비속어에 막말, 욕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대상이 된 행정처 판사들을 조폭, 도적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막혀 있던 언로가 트이고 내부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막말 공방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당혹스러워 합니다. 무엇보다 법관은 우리사회의 정의와 도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법이 무너지면우리 사회가 무너진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판사가 법정에 들어서면 재판과 관계없는 입반 방청객까지도 일어서서 경의를 표하는 것이 과연 뭘 뜻하는 건지 사법부 스스로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1월 9일 앵커의 시선 '법관들의 막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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