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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느 입양인의 죽음

등록 2018.01.11 21:52

수정 2018.01.11 22:03

'피부색깔=꿀색' 벨기에로 입양 갔던 융 에낭, 한국 이름 전정식 감독이 만들었는데 국제영화제 여든 곳에 초청을 받아서 상을 스물두 개나 받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제목은 입양 서류에 쓰여 있던 인상 착의에서 따 왔습니다. 그는 친부모가 왜 나를 버렸을까, 내가 못된 아이여서 버렸을까… 이런 물음에 사로잡혀 고민하고 원망하고 방황하며 자랐다고 합니다.

그는 영화 마지막에 말합니다. "엄마, 혹시 보게 되면 원망 안 할게요. 죄책감에 엄마가 더 힘들었을 테니까요. 평생 내 생각하며 사시겠죠."

지금도 자신의 잃어버린 조각, 핏줄의 목마름을 채우려고 한국 땅을 헤매고 다니는 입양인이 적지 않습니다. 그중 한 명이 오늘 몹시 추운 날, 화장장에서 재가 됐습니다.

이 마흔세 살 남자는 지난 연말 경남 김해의 두 평 원룸에서 숨진 지 열흘 만에 발견됐습니다. 이름은 얀 쇠르스코그. 여섯 살에 노르웨이로 입양 갔다가 5년 전 친부모를 찾겠다며 한국에 왔습니다.

자기를 입양 보낸 김해 보육원을 찾아냈지만 부모 소식은 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절망감에 우울증이 왔고 술로 버티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청소년 배구팀 감독까지 했던 건강한 육체도 끝 모를 고독과 절망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오늘 장례는 노르웨이 양어머니와 연락이 닿아 대행업체가 치렀습니다. 죽으면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던 소원마저 이루지 못한 채 그는 한줌 재가 되어 노르웨이로 돌아갑니다. 

두 이름을 지녔지만 어느 이름으로도 살 수 없었던 남자, 그는 떠날 때도 혼자였습니다. 1월 11일 앵커의 시선 '어느 입양인의 죽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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