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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잘 죽기, 웰 다잉

등록 2018.01.16 21:49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일흔여섯 살에 집에서 복부 내출혈로 쓰러졌습니다. 그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이런 농담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우울한 눈으로 보지 말아요. 누구나 죽기 마련이니까."

그러면서 "떠나고 싶을 때 우아하게 떠나겠다"며 수술을 거부했습니다. "의사들 도움 없이 죽을 수 있다"며 진통제도 맞지 않다가 병원으로 옮겨진 바로 그날 숨졌습니다.

죽음 복이 가장 큰 복이란 말이 있습니다. 죽음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편안하게 이승을 떠나는 게 최고의 죽음이란 뜻일 겁니다. 그렇게 보면 최악의 죽음은 오래 두려워하며 고통스럽게 버티다 맞이하는 죽음이겠지요.

하지만 사람이 죽음의 순간을 마음대로 선택할 순 없습니다. 그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다릴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유난히 생에 대한 집착과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합니다. 말기 암 환자만 해도 서구에선 흔히 마지막 몇 달은 삶을 정리하면서 보내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는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연장하기 위해 끝까지 의미 없는 치료에 매달리다 가족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떠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 세태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어제까지 석 달 동안 연명의료결정법 시범 사업을 진행했는데, 9천여 명의 사람들이 의미 없는 연명 대신 존엄사를 택했습니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심폐 소생술이나 투석, 항암제 투여 같은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겁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우리도 이제는 웰 다잉을 준비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상적인 죽음은, 생의 마지막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별을 준비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가는 것입니다. 잘 죽기를 준비하면, 삶도 용기 있고 겸손하며 평화로울 겁니다.

"죽음은 귀향이다. 두려울 것도 싫어할 것도 없다."

2300년 전 장자(莊子)가 한 말입니다. 1월 16일 앵커의 시선 '잘 죽기, 웰 다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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