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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한민국 청춘이 정현에 환호하는 이유

등록 2018.01.25 21:44

영화 <넘버3>
"니들, 한국 복싱이 잘나가다 요즘 왜 빌빌대는 줄 아나? 다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이야. 옛날엔 라면만 먹고도 챔피언 먹었어!"

예, 낯익은 장면이지요? 예전엔 사실 그랬습니다. 가난하게 자란 세대들이 배고픔을 면하려고 거친 격투기에 매달리곤 했습니다.

복싱, 레슬링, 유도가 올림픽 효자 종목이 되면서 '헝그리 스포츠'란 말도 나왔습니다. 그 시절 골프나 수영, 테니스는 우리하고 인연이 없는 고급 스포츠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박세리, 박태환, 김연아가 차례로 벽을 무너뜨렸고 마침내 정현이 테니스의 문까지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정현은 신(新)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족함 속에서 성장한 구세대와 달리 밝고 당당합니다. 상대가 누구든 기죽지 않는 배짱도 아마 거기서 나온 걸 겁니다.

승리하면 울음부터 터뜨리던 예전 세대와 달리, 혼자 배운 영어로 매끄럽고 재치 있게 소감을 말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지요?

"나는 조코비치보다 어리기 때문에 2시간 더 경기할 준비가 돼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아 영국 신문이 '외교관급 화술'이라고 감탄했습니다. 그가 우러렀던 선배 이형택도 "정현은 DNA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여드름투성이 스물두 살 젊음에게 누구보다 열광하는 건 어른이 아니라 젊은이들입니다. 취업난, 치솟는 집값, 불공평한 기회, 부당 경쟁에 좌절하고 포기하던 청춘들이 정현을 보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에게 아무 의논도, 통보도 없이 남북 단일팀을 결정한 정부에 분노합니다. 식당에서 만두 빚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국가대표가 됐다가 낙담한 선수의 처지를 자신의 일로 여깁니다.

그럴수록 공정하고 정정당당하게 자기 실력을 다해 성취해내는 정현에 눈부셔 합니다. 

정현은 아파하고 분노하는 젊은 세대들이 모처럼 만난 분출구인지도 모릅니다.

1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대한민국 청춘이 정현에 환호하는 이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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