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평창 봉사 올림픽

등록 2018.02.21 21:46

수정 2018.02.21 21:49

'빨래해 드립니다.'

빨랫감 찾는 팻말을 들고 말없이 희생-실종자 가족 사이를 다니던 분들, 기억하실 겁니다. 가족들 마음 건드릴세라 발소리도 조심했다고 하지요. 자원봉사자들은 스스로 수칙을 정했습니다.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화를 내면 조용히 듣는다. 꿇어 앉듯 낮은 자세로 음식을 권한다…. 팽목항은 우리 봉사문화가 어디까지 승화했는지 생생히 보여줬습니다.

태안 바닷가에 10만명이 찾아가 일일이 기름을 닦아내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그리고 지금 평창에서 또 한번 봉사의 열기가 끓어 오르고 있습니다.

개막식 때 선수단이 입장하는 50분 내내 젊은이 일흔 명이 늘어서서 환영하는 춤을 췄습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아 '무한 댄스'로 불렸지요.

이 젊은이들이 모두 자원봉사자였습니다. 노련한 프로 댄서 대신, 서툴지만 순수한 젊음이 빛났습니다. 

평창 자원봉사엔 9만명 넘게 지원했습니다. 그중 만5천여명이 안내와 통역, 청소와 심부름을 합니다. 혹독한 추위와 부실한 처우를 무릅쓰고 열네 살 중학생부터 여든다섯 할아버지까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놀란 건 외국인들입니다. 올림픽을 30년 연구해 온 미국 교수는 평창올림픽이 다 괜찮지만 특히 자원봉사자에겐 A플러스 최고점을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추위에도 늘 활기차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습니다. 평창을 살피러 온 도쿄 올림픽조직위 사무총장도 자원봉사자를 단연 첫손에 꼽았습니다. 외국 기자들도 하나같이 친절과 인심에 감탄한다고 합니다.

평창은 편안할 평(平), 창성할 창(昌), 모든 이의 드넓은 평안을 뜻합니다. 따스한 봉사의 손길 덕분에 평창올림픽이 이름처럼 두루 편안합니다. 

속도와 효율만 떠받드는 경쟁 시대에, 나보다 배려하는 마음들이 지금 평창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서 위안을 받고 희망을 봅니다.

2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평창 봉사 올림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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