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포커스] 트럼프의 '불편한 농담'

등록 2018.03.05 21:42

수정 2018.03.05 21:56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한 언론 만찬 자리에서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자리가 원래 농담을 섞어 연설하는 자리라 해석이 조심스럽긴 한데... 우리에겐 절박한 안보 문제가 농담 소재로 쓰이고, 또 그 의중을 해석하는 상황이 썩 유쾌하진 않습니다.

오늘의 포커스입니다.

 

[리포트]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배제하지 않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리다이언 클럽이라고 불리는 워싱턴 중견 언론인 모임에서 던진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치광이를 다룰 때 위험한 건 김정은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미치광이로 표현하며 비난해왔는데..

조선중앙TV (지난해 9월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이를 이용해 스스로 비하하는 이른바 '셀프 디스'를 한 것입니다. 그리다이언 클럽은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들이 농담을 섞어 연설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내외 언론은 트럼프의 이 말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려 하는 분위기입니다. ‘병든 강아지’라 했다가 갑자기 ‘좋은 관계’라고 하는 등 평소 오락가락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발언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코미디 최고사령관'이란 애칭이 붙었을 정도로 농담을 자주했습니다. 자신의 출생지 의혹을 반박할 때도..

오바마
"올해 30년만에 처음으로 아메리카인이 보스턴 마라톤을 우승했는데, 케냐 사람이 6년간 대통령을 한 것 치곤 공평하죠."

트럼프의 외교 능력을 꼬집을 때도 농담으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오바마
"그는 수년 동안 전 세계 정상들을 만나왔습니다.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농담을 종종 하지만 평가가 후하지 않습니다. 후보 시절, 연설 도중 아기가 울자 엄마를 안심시키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아기에 대해 걱정하지 마세요. 나도 아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잠시 뒤엔 말이 바뀝니다.

트럼프
"사실 농담이에요. 내가 연설하는 동안 아기가 우는 걸 좋아한다는 말을 아기 엄마가 믿은 모양인데.."

청중에선 불편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북한 관련 발언이 있던 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 비공개 오찬에서도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개헌 시도에 대해 "훌륭하다"고 농을 던졌습니다. 금기를 건드렸을까요? 미 언론들은 이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반도 운명이 걸린 북미 대화를 농담 소재로 꺼내든 트럼프. 그 당사자인 우리 국민들에겐 농담 같지 않은 농담에 웃어줄 여유가 없습니다. 뉴스9 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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