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417호 대법정

등록 2018.04.06 21:46

이 한 장의 사진, 20년 넘도록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두 전직대통령이 손을 마주 잡고 선고를 기다립니다. 법정에 함께 서면서 동지애가 살아났던 모양입니다.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자 두 사람은 눈을 감았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습니다.

방청권이 50만원에서 백만원까지 거래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도 재판을 거부한 적이 있습니다. "미리 유죄로 정해놓고 하는 재판"이라며 변호인단이 사퇴하자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강제구인 얘기가 나오자 사흘 뒤 출석했고, 그 다음달 단죄의 순간이 역사 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그 417호 대법정에서 22년 만에 전직 대통령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중계 카메라에 비친 피고인석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구치소 측 얘기를 들으면 박 전 대통령은 평소 감방에서도 아무 말이 없다고 합니다. TV도 켜지 않고 지지자들 편지만 본다고 합니다. 본인에 대한 죄의 무게가 결정되는 오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역사는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하면서도 국민에겐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모든 책임이 내게 있으니 나만 처벌해달라"고 했지요.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끝내 외면했습니다.

법정을 가리켜 흔히 인생극장이라고 부릅니다. 중국 명나라때 지어진 인생지침서 '채근담'에는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문득 노래가 다하고 막이 내리면 곱고 미운 것이 어디 있는가." 박 전 대통령이 선고 법정에 섰다면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 달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불행하고 참담한 일입니다만 오늘 선고로 우리 민주주의 역사는 또 하나 매듭을 지었습니다. 제게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역사적 시효를 다했다는 선고로 들렸습니다. 4월 6일 앵커의 시선은 '417호 대법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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