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포커스] 폐지값 폭락에 우는 '수거 노인'들

등록 2018.04.11 21:33

수정 2018.04.11 21:35

[앵커]
얼마전 발생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에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만,, 단순히 불편을 넘어 생계를 위협받는 분들도 있습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입니다. 폐지값이 폭락하면서 하루 종일 주워도 손에 쥐는 건 3천원 정도입니다. 오늘의 포커스입니다 .

 

[리포트]
바람이 유독 심했던 서울 거리. 70살 박모 할머니가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그렇게 모은 폐지며 상자들을 행여 바람에 날아갈까 줄로 단단히 동여맵니다. 아슬아슬 차량을 피해 찾아간 곳은 폐자원들을 매입하는 고물상입니다.

박모씨(70)
(총 지금 받은 돈이 얼마 정도?) "지금은 받은 게 1600원"
(오늘 몇 시간 정도 하셔서..) "아침에 6시 반에 나와서 지금까지.."

손수레 한 가득 쌓인 폐지. 무게를 달아보니 98킬로그램입니다. 이번엔 돈이 좀 될까요? 겨우 3000원 돌아옵니다. 킬로그램당 30원꼴입니다. 지난해 말 폐지가격은 1kg당 130원 안팎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30원 정도로 4분의 1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정몽계(81)
"아무리 가져와도 돈이 안되는 거야. 어제 죽어라 했는데 15000원"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 여파가 결정적입니다. 수출 판로가 막힌데다 중국으로 가려던 질 좋은 외국 폐지까지 중국 대신 우리나라로 밀려들어오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습니다.

고물상 관계자
"그분들은 가격이 싸니까 갑자기 왜 싸졌냐 따지고. 우리는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하시니까"

폭염에 쓰러지고, 차에 치여 목숨을 잃고, 심지어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생계 수단으로 기댈 건 폐지를 줍는 일 밖에 없다는 노인들. 왜 폐지를 줍느냐는 질문에 82.3%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장의섭(80)
"이거 하기 전에는 농장에서 일 했거든요. 120만원 씩 받고 했는데 이제는 안 써줘요. 연령이 높고 하니까."

박모씨(70)
"나이가 많다고 안 써주지.. 그 전에는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시간제. 그런데 없어요. 지금은"

지난 2일 열린 한국보도사진전. 전시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시선을 끈 사진이 있었습니다.

서울신문 박지환 기자
"이 사진은 작년에 사당역 인근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 당시 폭우가 내렸는데 폐지를 줍던..."

문 대통령은 "폐지 줍는 노인의 고단함,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주저앉은 모습, 꺾인 허리를 보며 과연 얼마를 벌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폐지값 폭락으로 한 달에 몇 만원 밖에 손에 쥘 수 없는 현실. 175만명으로 추산되는 폐지 수거 노인들을 위한 정부의 고민이 절실해보입니다.

뉴스9 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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