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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평양에 간 비밀 특사

등록 2018.04.18 21:49

수정 2018.04.18 21:50

미국 외교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비밀접촉은 1971년 키신저의 중국 잠행일 겁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 키신저는 파키스탄을 방문했다가 "배탈이 나서 쉬겠다"며 기자들을 따돌리고는 베이징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닉슨대통령의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이달 초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습니다. 이 역시 키신저의 중국 잠행에 버금가는, 미 외교사에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지도 모릅니다.

지난 2000년 클린턴 행정부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에 가 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이 때는 공개된 방문이어서 지금과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폼페이오의 방문은 김정은의 생각을 들어보고 북한이 과연 미국이 바라는 형태의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를 탐색해 보기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지난주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을 들어보면 방북 결과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폼페이오
"두 정상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조건을 정할 수 있습니다. 美 행정부가 그 조건들을 적절히 설정할 수 있다고 낙관합니다."

이렇게 미북 관계에 봄바람이 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이 워싱턴에 외교 공관 자리를 물색한 적이 있었고, 2000년에는 정상회담이 논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북한은 바깥 세상으로 나갈 기회를 걷어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이 잘 안 풀리면 회담을 안 할 수도 있다"고 한 것도 그런 북한의 과거 행적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특사의 비밀 방북과 북한 최고 지도자 면담이 어느 때보다 밝은 청신호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럴수록 청와대가 말했듯, 한미 간 정보 공유와 긴밀한 협의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하는 일일 겁니다. 폼페이오의 비밀 방북이 키신저의 중국 잠행 못지않은 전환점으로 국제 외교사에 기록되기를 기대합니다.

4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평양에 간 비밀 특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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