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남북 정상회담, 그 이후

등록 2018.04.30 21:49

수정 2018.04.30 22:10

남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는 1892년 표준시를 미국 서부 시각에 맞춰 바꿨다가 2011년 원래대로 되돌렸습니다. 인접한 최대 교역국 호주, 뉴질랜드와 맞추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의 만남은 오전 아홉시 30분, 기념 식수는 오후 네시 30분, 만찬은 여섯 시 30분에 진행됐습니다. 북한이 3년 전 30분 늦췄던 평양 표준시에 맞춰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작 김정은 위원장은 표준시를 다시 서울 시각에 맞추겠다고 했습니다. 세상과 엇박자로 나갔던 걸음 하나를 실용적으로 되돌린 겁니다.

평양 표준시 포기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언행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국제사회에 등장한 순간부터 세계의 이목을 끌어당겼습니다.

"잘 연출됐습니까?" 취재진에게 농담을 던져 폭소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그가 보인 얼굴은 괌을 포위 타격하겠다고 협박하던, 괴물 같은 독재자가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말했듯 잘 연출된 데뷔 무대였는지도 모릅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엔 "통일 열차 타고 수학여행 가자"는 국민청원이 등장했습니다. 청소년들이 "군대 안 가도 되나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화는 북한이 핵을 버릴 때 비로소 찾아옵니다.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로 향하는 문을 이제 겨우 열었을 뿐입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과정에 합의해도 최종 핵 폐기 확인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낙관만 하기엔 갈 길이 멀고 험합니다. 아직은 잔치 분위기입니다만 조만간 뚫고 가기 힘든 가시밭 길을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제 곧 잔치 청구서도 날아들 것입니다. 가슴은 뜨거워도 머리는 차갑게 이 상황을 직시해야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평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4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남북 정상회담, 그 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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