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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의 카메라

등록 2018.05.01 14:52

수정 2018.05.01 15:02

[영화리뷰]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의 카메라

 

영화사 직원 만희(김민희)는 출장 중 대표 양혜(장미희)에게 잘린다. "부정직하다"는 게 이유다. 만희는 황당하다. 근거를 이야기해달라고 하지만, 양혜는 "그저 내 판단"이라고 잘라 말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만희를 흘끗 보고 판단한다. 양혜는 "언어 머리가 없다"고 흉보고, 소 감독(정진영)은 "싸구려 관심을 받으려 한다"며 비난한다. 기실 그녀는 수준급 영어 실력의 소유자고, 그녀의 관심은 오직 자기를 향해 있다.

만희의 진짜 모습을 보는 건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뿐이다. 클레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무심하게 툭툭 셔터를 누른다. 그럴듯한 구도를 잡는 법도, 폼 나게 찍는 법도 모른다. 그녀는 기술엔 관심이 없다. 오직 보려는 것을 볼 뿐이다. "찬찬히 들여다봄"으로써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 곧 '예술'이다. '클레어의 카메라'가 '홍상수의 카메라'로 읽히는 이유다.

홍상수는 본질은 영화 안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카메라는 언제나 솔직했다. 들여다보기를 마다한 채 "이건 내 판단"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홍상수는 무심히 클레어의 사진을 들이민다.

최근 홍상수 영화는 '자기 변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예술가는 늘 지금, 그 자리에서 자기가 느끼는 것을 표현한다. 그게 자기 변명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 변명에 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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