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동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사라지는 직업들

등록 2018.05.01 21:45

수정 2018.05.01 21:51

강화도 서쪽 섬,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길에 65년 세월이 멈춰서 있습니다. 바로 코앞 황해도 연백에서 피란온 실향민들이 곧 고향 가겠거니 하며 하루하루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그렇게 쌓였습니다.

팔순 실향민이 스무 살 때 차린 교동이발소는 신발을 벗고 올라갑니다. 낡은 이발 도구와 머리 감는 개수대가 마치 이발 박물관에라도 온 듯 합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 가게 간판들은 치킨이 아니라 통닭, 카페 대신 다방, 패션 아닌 상회, 약국 대신 약방입니다. 시계포 할아버지가 재작년 세상을 뜨면서 섬사람들은 시계 손보려면 강화읍까지 나가야 합니다. 하긴 서울 사람도 요즘은 시계포 찾기가 쉽지 않지요.

누군가 말했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은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것은 한 가닥 연민 어린, 쓸쓸한 아름다움입니다. 오늘 근로자의 날을 맞아 AFP통신이 세계 곳곳에서 곧 사라질 처지가 된 직업들을 소개했습니다. 63년 전 우산 수리를 시작했던 아르헨티나 청년은 이제 아흔을 바라봅니다. 백발의 멕시코 사진사는 직접 만든 사진기로 일곱 자녀를 키웠습니다. 열차 바퀴만한 필름을 든 프랑스 영사기사, 인도의 축음기 수리기사, 브라질 엘리베이터 안내원은 이미 우리 곁에서 사라진 직업입니다.

하지만 직업의 소멸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해 '유엔 미래보고서'는 2045년이면 지금 일자리의 80%를 인공지능이 완전히 대신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지금 초등학교 어린이의 65%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직업에 종사할 거라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그래도 AFP 카메라에 담긴 직업인들의 얼굴에는 그 일에 평생을 바쳐 왔다는 자랑과 애정이 배 있습니다. 직업이 아무리 사라지고 생긴다 해도, 가족을 먹여살리고 가정을 떠받치는 근로의 숭고함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앵커의 시선은 '사라지는 직업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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