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북한이 갈 길

등록 2018.05.02 21:46

수정 2018.05.02 21:56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 평양의 병원 환자들이 허연 돼지 발을 들고 감격해 웁니다. 김일성 생일 백년을 맞아 김정은이 하사했다는 선물입니다. 그무렵 미국 시민단체들이 북한 농촌을 돌며 식량실태를 면접 조사했더니 달걀과 고기를 먹은 지 넉 달 됐다고 했습니다. 당 창건일 하사품으로 맛본 뒤 동물성 단백질을 못 먹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처지에 족발을 하사 받으면 눈물이 나올만도 합니다.

북한 경제가 그나마 돌아가는 건 5백 곳 가까운 장마당 덕분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이미 시장경제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입니다. 남북 정상회담 일주일 전, 김 위원장은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 노선을 선언했습니다. 엊그제는 후속조치로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을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두고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서던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덩샤오핑은 1970년대 말 일본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시장경제"라는 중국식 사회주의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일본 신칸센을 타보고 바람처럼 빠르다고 감탄했습니다. 신일본제철에게 중국에 제철소를 지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한국의 박태준을 수입하면 되겠다고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로부터 40년, 중국의 고속철도 길이와 철강 생산량은 전세계 절반을 차지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의 길을 빨리 걸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했다 합니다. 지금 되새겨보면 그냥 인사치레 같지가 않습니다. 북한이 경제개발을 어느 선까지 밀어붙일지는 두고봐야겠지만 가는 방향이 맞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김일성 이래 60년 약속 '흰 쌀밥에 고깃국'을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합니다. 그 길은 핵을 완전히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5월 2일 앵커의 시선은 '북한이 갈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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