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주한미군

등록 2018.05.03 21:45

수정 2018.05.03 21:54

1979년 카터 미국 대통령은 김포공항에 밤 아홉시 넘어 내렸습니다. 남의 나라를 한밤중에 방문하는 것도 결례인데, 도착 시간조차 알려주지 않았지요. 박정희 대통령은 미리 나와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튿날 정상회담 휴식시간에 카터는 당장 돌아가겠다고 펄펄 뛰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를 밀어붙이던 카터에게 박 대통령이 학생에게 강의하듯 불가론을 폈고, 나중엔 "빼갈 테면 빼가라"고 했습니다. 카터는 결국 미국 행정부의 의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철수 계획을 접었지요.

40년이 지난 지금 한미 양국에서, 카터 때만큼이나 끊임없이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주목됩니다. 트럼프는 그간 여러 차례 한미간 무역 불균형을 비난하며 "(주한 미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보자"고 했지요.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협상 카드로 여긴다는 얘기입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이 북한과 논의할 이슈라고 밝힌 것도 심상치 않습니다.

급기야 트럼프가 지난 2월 주한미군 철수 명령을 내리려는 것을 켈리 비서실장이 막았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거기에다 국내에선 대통령특보가 평화협정 후 미군 철수를 들고나오고, 청와대는 서둘러 불을 끄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한미군은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폐기한 뒤로도 다자간 군사 안보 장치가 마련되고 확실한 평화가 정착된 뒤에나 논의될 문제입니다. 주한미군 없으면 나라를 지킬 수 없어서가 아닙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오판을 막는 역할도 하지만 동북아 지역의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문재인대통령도 "주한미군은 평화협정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지금은 주한미군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5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주한미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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