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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靑, 대법원에 '법관 파면' 청원 전달…삼권분립 위협?

등록 2018.05.04 21:34

수정 2018.05.04 21:48

[앵커]
지난 2월 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그러자 이 재판을 맡았던 정형식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국민청원 인원이 20만명을 넘어섰고, 청와대가 관련 내용을 법원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이 지금 알려져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 강동원 기자와 그 적절성 여부를 따져보겠습니다. 강 기자, 청와대에서 청원 내용을 법원에 전달한 게 왜 문제가 되는 겁니까?

[기자]
삼권분립을 위협했다는 논란입니다. 행정부인 청와대가 사법부인 대법원에 법관 인사에 관련된 내용을 전달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물론 청와대는청원에 대해 공식답변을 할 때 "법원 행정처에 전달하겠다고 투명하게 밝혔던 내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문서나 이메일 등은 부담이 될 수 있어 전화통화만 한 것"이고 통화를 하면서도 "어찌하라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라고 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어찌하라고 한건 아니다" 이 말은 반대로 더 하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특히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할 때 "국민의 뜻은 결코 가볍지 않다" 라고도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정혜승 /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청원을 통해 드러난 국민의 뜻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모든 국가권력 기관들이 그 뜻을 더욱 경청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앵커]
법관을 파면하라는 청원을 법원이 경청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들리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 법조계에선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에게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 청와대에 이런 진정이 왔으니까 당신들이 그걸 신경써라 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개별 사건마다 국민청원이 있다고 해 이를 모두 법원에 전달하면 법원은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일은 엄격하게 금지되어야 한다" 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앵커]
법관 인사에 대해서는 헌법에도 명시가 돼 있지 않습니까? 사법권의 독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취지일 텐데, 그렇다면 이 청원 자체가 헌법정신과 맞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헌법 106조 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청와대도 인정한 부분인데요. 따라서 "판결을 잘못했으니 판사를 파면하라"라는 청원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법부의 권한을 침범하고 헌법에도 위배되는 청원에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하고, 거기다 대법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내용을 전달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대통령이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갖는 상황에서, 청와대 참모가 법관 파면 내용이 담긴 국민청원을 대법원에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군요. 강동원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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