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평양의 일상

등록 2018.05.07 21:53

수정 2018.05.07 21:59

평양에 사는 여덟살 소녀 진미가 눈물을 흘립니다. 촬영장을 감시하고 연출하는 여자가 진미에게 소년단에 가입하는 소감을 말해보라는데 잘 안 되는 겁니다. 여자는 좋은 일을 떠올리라고 다그치지만 진미는 난감합니다.

"잘 모릅니다"

4년 전 러시아 감독 비탈리 만스키가 찍은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입니다. 그는 북한 당국이 진미의 부모 직업부터 고급 아파트까지 모든 일상을 거짓으로 꾸미자 몰래카메라로 그 조작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김정은이 지어줬다는 아동병원을 선전하려고 진미 친구가 발을 삐는 것으로 연출해 병상의 소감을 연습시키는 장면도 있습니다. 만스키는 쓰레기통을 뒤져 빈 담뱃갑을 줍는 꽃제비 아이들과, 길가 잔디밭에 먹을 나물이라도 있는지 찾는 사람들도 몰래 찍었습니다.

만스키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인간에 대한 범죄입니다" 

요즘 세대에게 북한은 베일에 싸인 왕국이 아닙니다.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에 북한의 일상을 다룬 영상이 쏟아지기 때문이지요. 대부분 북한을 여행한 외국인이 찍은 것이지만, 전직 북한 주재 인도네시아 외교관이 안경 카메라 '구글 글라스'로 몰래 찍은 영상도 있습니다. 길거리 음식 빈대떡과 이발소 체험 영상은 조회수가 천만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이 영상들 역시 평양이라는 거대한 세트장의 한 부분이어서 보통사람들의 진짜 삶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과 경제 개발을 함께 추진하던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리고 경제에 총력을 쏟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노동당 지방조직에 "제2의 고난의 행군은 없다"는 자필 편지를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적어도 수십만명이 굶어죽었던 김정일 시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얘기겠지요.

하지만 이 의지가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속임수 없는 완전한 비핵화가 관건일 것입니다. 북한사람들 삶을 가리고 꾸밀 필요가 없어져서,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5월 7일 앵커의 시선은 '평양의 일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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