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스승의 날

등록 2018.05.14 21:53

수정 2018.05.16 16:01

콘라트 로렌츠는 1973년 노벨상을 받은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입니다. 그는 평생 온갖 동물을 키우며 관찰했는데, 어느날 알을 깨고 나온 회색기러기 새끼가 로렌츠를 보더니 졸졸 따라 다니는 거였습니다. 이처럼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본 대상을 어미라고 머리 속에 새기는 걸 '각인효과'라고 합니다.

일생에서 부모와 가족 다음으로 깊이 각인되는 사람이 선생님일 겁니다. 가정을 벗어나 처음으로 만나는 세상, 학교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사람이니까요. 저도 그랬습니다만, 선생님은 화장실에도 안 가는 분들인 줄 안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병아리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드물 겁니다. 시인 김용택은 고향 임실의 초등학교에서 38년동안 교편을 잡았는데, 1982년 스승의 날에 6000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반 아이 여섯이 1000원씩 모은 그 돈으로 시인은 학급 책을 샀습니다. 그게 평생 유일하게 받은 스승의 날 선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우스개 삼아 "뇌물은 김장철에 많이 먹었다"고 했습니다. 학부모들이 김치를 담가와 겨우내 먹곤 했다는 겁니다. 그에겐 행복한 기억이지만, 요즘 같으면 어쩌면 김영란법 위반이 될 지도 모를 일이지요. 내일이 스승의 날인데 우린 오늘 또 고민에 빠졌습니다.

카네이션도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달아주는 것만 허용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예 내일 휴업을 하는 학교들도 있고, 이럴 바엔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말도 나옵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은 이미 고전속의 옛말이 된 지 오랩니다.

내일 학교가 휴업을 하면 그 시간에 아이들은 학원으로 몰려갈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아이들이 따르고 기대는 각인 대상은 선생님들입니다. 교단의 권위가 무너졌다는 탄식이 나온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우리에게 세상을 처음 보게 해준 거울, 스승이라는 이름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겁니다.

5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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