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부처님 오신 날

등록 2018.05.22 21:45

수정 2018.05.22 21:49

절 마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험상 궂은 표정의 네 수호신, 사천왕을 만납니다. 하지만 400년 고찰 순천 송광사의 사천왕은 분노와 자비, 위엄과 익살의 표정을 다 담고 있습니다. 여기엔 어리석은 중생의 마음을 헤아리고 불쌍히 여기는 연민이 있습니다.

우리는 먼지 날리는 거리에서 날마다 조바심을 먹고 살지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에 이리 떠밀리고 저리 치이며 하루도 느긋한 날이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의 연속이죠. 그런 우리들에게 사천왕은 속세의 잡념을 버리고 마음을 열라고 이릅니다. 욕심도 화도 어리석음도 모두 내려놓으라 합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절마다 마당 가득 연등을 밝혔습니다. 번뇌와 무지로 어두운 세상을, 등불 같은 부처의 지혜로 밝혀달라고 소원했습니다.

옛날 어느 여인이 마지막 갖고 있던 동전 한 닢으로 등을 마련해 석가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그날 밤 비바람에 모든 화려한 등이 다 꺼졌지만, 가난한 여인이 지극정성으로 켜 올린 등불 하나, 빈자일등(貧者一燈)만은 오래도록 주변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렇듯 낮고 어둡고 보잘것없는 곳을 더 아끼고 보살피는 것이 부처의 마음일 겁니다.. 

오대산 월정사 가는 들머릿길은 500살 먹은 전나무가 우거져 한낮에도 해가 들지 않습니다. 청량한 나무 향기 들이마시며 속도와 소음에서 느림과 침묵으로 가는 길입니다. "계곡의 물소리는 부처님 설법이요, 푸른 산빛은 부처의 법신(法身)"이라는 깨달음의 노래(소동파 오도송/ 悟道頌) 그대로입니다.

부처가 신록 눈부신 오월에 오신 것도 우연이 아닐 겁니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잠깐만이라도 헛일, 헛말, 헛걸음을 삼갈 수 있었다면 그렇게 비운 마음에 부처가 드실지 모를 일입니다. 5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부처님 오신 날'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