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훈계와 폭력

등록 2018.05.24 21:45

수정 2018.05.24 22:22

박태환 선수를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낸 노민상 감독의 옛날 얘기 한 토막 먼저 들려드리겠습니다. 노감독 역시 수영선수 출신인데 10대 시절 4년 선배였던 조오련 선수를 한번 이겨보는게 소원이었답니다. 아시는 것처럼 조오련 선수는 훗날 '아시아의 물개'로 이름을 떨쳤지요. 그 소원이 얼마나 절실했으면 태릉선수촌에서 조 선수의 수영복을 슬쩍 했답니다. 그 수영복을 입으면 잘 될 것 같아서.. 그런데 결국 들켜서 죽도록 얻어 맞았다고 합니다.

그의 제자 박태환선수는 중3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습니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기뻐했지만 얼마 안 가 선수촌을 뛰쳐 나왔습니다. '단체 기합'과 "메달에 목을 매고 사는게 싫어서" 였다고 했습니다.

세월이 이렇게나 변했습니다. 문화체육부가 평창올림픽에서 잡음이 많았던 빙상연맹을 조사한 결과 일부 선수, 코치의 폭행 정황을 찾아냈습니다. 그 가운데 빙상 스타 이승훈 선수의 얘기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후배가 밥풀을 튀겨 놓고 민망해서 웃자, 웃는다고 머리와 배를 때렸다는 겁니다. "운동선수는 땀을 흘려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물구나무를 시켰다고도 합니다.

이승훈 선수는 단순한 훈계였을 뿐 폭력을 행사한 건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그렇지가 않았던 모양입니다. 2013년 대한체육회는 선수의 29%가 폭력을, 10%가 성희롱을 당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금 보면 심각한 실태인데도 당시 체육회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지요. 폭력을 보는 국민의 상식적 눈높이가 그만큼 엄격해졌다는 얘깁니다.

구타와 폭력은 훈계나 지도 아니라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습니다. 스포츠계 폭력의 뿌리는 '무조건 복종하라'는 군대 문화와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메달 지상주의'에 있습니다.하지만 이번 경우에서 보듯이 우리는 이미 그렇게 따낸 메달을 더 이상 반기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5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훈계와 폭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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