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미북 협상의 전초전

등록 2018.05.25 21:52

수정 2018.05.25 21:57

"정신이상자…거짓말의 왕초, 악의 대통령…엄포와 협잡을 포함한 갖은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으며 한 생을 늙어온 투전꾼…"

북한 외무상이 작년 9월 유엔총회에서 갖은 막말을 퍼부은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북한은 "철천지 원쑤 미제의 각을 뜨자"고 외쳐왔습니다. '각을 뜬다'는 말은 '짐승을 잡아 머리와 사지를 잘라 나눈다'는 뜻입니다. 반미는 북한 체제의 받침목이자 일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아둔한 얼뜨기가 주제넘게 놀아댄다" "미국이 상상도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 어제 외무성의 대미 비난은 미국이 미북정상회담을 취소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잘 나가는 듯하다 판을 깰 것처럼 어깃장을 놓는 건, 북한이 즐겨 써온 협상술입니다. 더 큰 이득이나 양보를 얻어내려는 벼랑끝 전술이지요. 그런데 이번엔 벼랑끝 전술을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했습니다. 그것도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일단 판을 엎어버렸습니다.

북한은 서둘러 입장을 내놨습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주 으름장과 달리 일절 자극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번 담화가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해 김정은 위원장 뜻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스타일이 비슷한 승부사라고 합니다만 이번엔 아무래도 북한이 기선을 제압당한 듯한 모양새입니다.

싱가포르 호텔들은 당초 예정됐던 미북정상회담 대목의 예약을 받으면서 환불도 안 되는 전액 선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회담이 정말 열릴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누구보다 호텔 사람들 눈이 밝았던 셈이지요.

북한이 회담 의지를 밝힌 만큼 아직 파국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핵화까지 가는 길이 더욱 멀고 험해졌다는 사실입니다.

5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미북 협상의 전초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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