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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롤러코스터 같았던 쉰아홉 시간

등록 2018.05.28 21:52

수정 2018.05.28 22:05

영어로는 'Summit', 해석하자면 산꼭대기를 뜻하는 이 단어를 외교에 처음 쓴 사람은 윈스턴 처칠입니다. 그는 1950년 소련에 회담을 제안하면서 "정상에서 갖는 회담이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에는 물러설 곳 없는 정상에서 정상급 지도자끼리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의미가 정확하게 압축돼 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벼랑에서 만나는 것보다 정상에서 만나는 게 훨씬 좋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소련의 흐루쇼프와 벌인 회담은 핵전쟁 직전까지 가는 쿠바 위기를 불러 왔습니다. 케네디의 미-소 회담 처럼 실패한 주요 정상회담들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치밀한 준비가 없었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했다가 하루 만에 회담 재개를 암시하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게임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직전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세계 최고 수준의 포커 플레이어지만 나도 못지않다." 이 말은 트럼프의 협상가적 기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말이지만 한편으론 한반도 문제를 포커 게임에 비교하는 걸 보면서 불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군사분계선을 넘어 두 시간 동안 북한 땅에 머물며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문 대통령
"회담 사실을 언론에 미리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된 뒤 재개 발표까지 쉰아홉 시간은 롤러코스터 같은 충격과 반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뒷자리에 탄 우리 국민은 멀미가 날 듯 어지러웠습니다. 다행히 미북 회담의 불씨가 살아나긴 했지만 이 와중에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게 분명히 있습니다.

이번 회담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사실입니다. 그곳이 바로 협상의 종착역이자 비로소 한반도 평화가 출발하는 시발역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5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롤러코스터 같았던 쉰아홉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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