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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한국의 침공 (Korean Invasion)

등록 2018.05.29 21:44

수정 2018.05.29 21:56

1964년 비틀스가 미국 CBS TV ‘에드 설리번 쇼’에 처음 섰습니다. 7천만 시청자들은, 객석을 가득 메운 소녀들이 내내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국 언론은 비틀스의 역사적 미국 진출을 '영국의 침공(British Invasion)'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당대 최고 무대였던 에드 설리번 쇼에 스물 두번이나 출연한 한국 최초 걸그룹이 있습니다.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의 두 딸과 조카가 결성한 김 시스터즈였습니다. 미국에서 활약하며 라이프지 특집에도 올랐던 김 시스터즈는 한류의 시초, K팝의 선구자였습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방탄소년단이 세계 모든 대중음악인의 꿈, 미국 빌보드 앨범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강남 스타일'이 빌보드 양대 차트인 싱글 순위에서 일곱 주 연속 2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단숨에 날려버렸습니다. 미국 언론은 "방탄소년단이 미국을 공식적으로 점령했다"고 했습니다. 비틀스의 '영국 침공'에 버금가는 충격과 찬사가 담긴 표현입니다.

방탄소년단은 대형 기획사가 아닌 작은 기획사에 소속돼 기성 음악계의 냉대를 오랫동안 견뎌야 했습니다. 그렇게 총알처럼 날아오는 편견을 막아내고 음악을 지키겠다며 붙인 그룹 이름이 방탄소년단입니다.방탄소년단은 일곱 명이 한 방에 자던 자신들의 처지처럼 암울한 현실에 좌절한 우리 젊음을 노래하며 힘 내라고 합니다.

"3포 세대? 5포 세대? 그럼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

우리말로 부르는 노래들에 3억건 넘게 유튜브 조회가 몰린 것은, 세계 젊은이들이 얻는 위로와 카타르시스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일 겁니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정복이 눈이 부시도록 대견한 것도, 영광 뒤에 숨은 좌절과 용기가 더 빛나기 때문일겁니다.

5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한국의 침공(Korean Invasio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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